환자-의료진 ‘공유의사결정’ 중요성 대두, 재택 복막투석 환자관리 시범사업 등 환경 개선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어떤 투석방식을 선택하는가는 환자와 의료진이 상의해 결정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투석치료 전에 만성신부전이 어떤 질환이고, 투석방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생활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교육을 받게 된다.

이 중 투석치료는 환자 생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치료이면서도,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환자 삶의 형태와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교육만으로는 환자가 알아야 할 정보에 비해 교육의 횟수가 부족해 환자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공유의사결정’과 같은 과정도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단순히 투석의 종류와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지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의료진과 환자가 사전에 파악하고 협의한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을 함께 결정해 더 나은 치료를 받도록 환자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이하정 교수<사진>는 “과거에는 혈액투석이 환자 생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술발전에 따라 복막투석 환자의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자의 삶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함께 결정해 환자가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는 복막투석 치료 활성화를 위해 재택 복막투석 환자관리를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복막 투석치료 환자들의 의료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해 환자 교육 수가의 범위와 횟수를 확대했다. 해당 시범사업은 전국 54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재택 복막투석 환자는 투석유형의 확정을 위한 교육상담 외에도 복막투석 관리 방안이나 치료 계획, 일상생활 및 식이 관리 등 재택 치료 전반에 관한 심층 교육과 상담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의료진은 환자의 복막투석 치료 결과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월 1~2회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최근에는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환자의 투석 치료 결과가 의료진에 자동으로 전달되는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환자관리 시스템 ‘셰어소스’가 환자 모니터링에 활용되기도 한다.

디지털 환자관리 시스템, 스스로 치료하는 환자 부담 줄여

의료계에서는 셰어소스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환자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자기가 스스로 치료하는 것에 대한 환자의 부담을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올해로 6년째 복막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 환자는 “투석을 오래해 보니 가장 중요한 게 의사의 처방을 잘 따르는 것이었는데 초기에는 환자도 서투르고, 정보도 많지 않아 의사의 권고를 그대로 따르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의료진이 매일 치료 결과를 지켜봐 준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든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의료진의 디지털 모니터링을 받고 있는데 매일 의료진이 봐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심이 된다”며 “다행히 문제가 없어 병원에서 중간에 내원을 요청을 한 적은 없었고, 병원에 가면 의료진이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나의 관리 상태를 점검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복막투석 환자들은 매 투석치료 시, 치료 결과를 수기로 기록했다가 월 평균 1회 병원을 방문할 때 의료진에게 제출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 수기 기록에 의존해야 할 뿐 아니라, 내원하기 전까지는 환자의 치료 경과나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의료진 투석액 저류시간·배액시간 등 상세 정보 매일 한눈에

그러나 디지털 환자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자동복막투석기를 통해 환자의 투석치료 결과가 의료진에게 전송돼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게 되었다. 의료진이 치료시간, 투석액 저류시간, 배액시간 등 상세한 정보를 한눈에 매일 모니터링 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인 환자관리와 체계적인 치료 계획 수립이 가능해진다.

환자의 합병증을 조기에 식별하는 데도 효과적이며, 환자 역시 집에서 스스로 치료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스트레스 감소한 것이 연구로도 확인된 바 있다.

이하정 교수는 “최근 코로나 재확산으로 환자도 의료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병원 방문에 부담이 큰 환자들에게 디지털 환자관리는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며 “디지털 환자관리는 해외에서 임상적으로도 효과가 검증되었고,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진이 환자를 더욱 자주 관리하고 신경 쓴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감염질환 대비의 중요성이 환자에게도 주요한 고려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며 “공유의사결정 등 투석방식 결정 전 자기 자신에 적합한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이 지원되고, 환자 모니터링 관리 시스템이 발전함에 따라 향후 복막투석의 시행 비율은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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