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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혁신에 제약바이오 미래 달렸다!한국 제약기업 ‘규모의 한계’ 극복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절실
개방형 혁신 통한 신약 개발 성공 확률 폐쇄형보다 3배 높아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0.01%. 출발선에 선 신약 후보군이 신약 출시라는 결승점을 통과하는 확률이다. 혁신신약 개발에 통상 2조원의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전세계 수많은 제약기업과 연구자들이 감내하기에 혹독한 현실이다. 신약 출시 속도가 신약개발비용의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도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다.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그 어떤 거대 기업도 세상의 모든 질병에 대항하는 치료제 개발은 불가능한데다,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의학적 미충족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극단에 가까운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고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지상과제가 된 것이다. 신약개발과 제약바이오산업을 둘러싼 이같은 현실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탄생한 배경이 됐다.

개방형 혁신은 다자간 협력을 통해 개별 주체의 한정된 리소스를 극복, 결과론적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그런 점에서 개방형 혁신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을 도모할 핵심 전략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은 평균 3%. 제약산업은 2배에 달하는 6%이며, 상장제약기업은 8%, 혁신형 제약기업은 12%에 달한다. 의약품 개발이라는 산업의 본분에 걸맞게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도 1000개에 육박한다. 현재 한국의약품이 진출한 국가만 214개국, 의약품 수출 증가율은 최근 10년 연속 15%를 넘어서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높다란 인허가 장벽을 뚫어 기어코 의약품 승인을 받고, 그들의 터전에 법인과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이쯤 되면 규모와 내실면에서 글로벌 대열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막연한 추론이 나올 수 있겠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제약산업계에 대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연매출 1조원을 넘는 기업 역시 손에 꼽는다. 기업체들의 분투 속에서 국내 산업계에 연간 투자되는 연구개발 총액은 2조원이 채 안되는 반면, 세계 1위 제약기업 화이자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9조원에 달한다. 배짱좋은 플라이급이 헤비급과 맞서겠다며 링에 들어선 형국이다.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매우 험난한 일이다. 기나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은 물론, 상업화하는 과정에서의 다양한 변수에 기인한다. 동물실험을 대상으로 후보물질의 독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임상1상, 2상, 3상을 거쳐 최종적 신약이 탄생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특히 임상3상은 최소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모집이 뜻대로 안되는 돌발변수가 생기면 임상 자체가 대폭 지체되기도 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현되거나 경쟁제품과의 속도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아예 프로젝트를 접기도 한다. 리스크의 연속인 셈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사장단회의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어 감염병 확산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치료제와 백신, 고비용·저수익의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개발을 지원하는 ‘가칭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을 설립하고, 공동 출자하기로 의결했다.

더구나 규모에서 밀리는 한국 제약기업의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가치를 창출해내기 위해선 여러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노하우, 역량과 힘의 결합이 중요하다. 지금 국내 제약산업계에 개방형 혁신이 절실한 이유다. 결국 한정된 역량과 리소스 상황에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오픈이노베이션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이트에 따르면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기존 폐쇄형 모델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281개의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종 승인받은 신약 중 폐쇄형 모델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은 11%인데 비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은 34%로 조사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업 연계프로그램(ILP) 멤버십에 세계 최초의 컨소시엄 형태로 가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기업들도 개방형 혁신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유한양행은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으로부터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을 도입해 양측이 공동으로 임상을 진행했으며, 이후 미국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 바이오텍과 조단위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업계 1~2위인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희귀질환인 고셔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하는가 하면, JW중외제약은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코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러연구소와 손을 잡았다. 이밖에도 해외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해외 기업 및 학계와의 공동연구 등 신약개발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산업계의 행보가 분주하다.

제약바이오협회도 개방형 혁신을 위한 환경 조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 국내 제약기업과의 시범사업을 통해 인공지능 활용 신약후보물질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는 한편, 전문가 양성교육에 힘쓰고 있다. 미국 케임브리지 혁신 센터(CIC) 입주와 아울러 14개 제약사가 MIT 산업연계 프로그램(ILP)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글로벌 진출 거점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은 융합의 시대다. 민과 민, 민과 관, 국가와 국가, 장르와 장르, 서로의 벽과 경계를 허물고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가 이뤄질 때 도약과 혁신이 가능하다. 개방형 혁신에 한국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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