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8일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K-방역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연대와 협력을 역설했다. 그리고 취약국가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 국가간 백신과 치료제 개발 협력, 감염병 관련 정보를 국가 간에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기 경보 시스템과 협력 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노력 등을 제안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대변하는 시간이었으며, 전 세계가 K-방역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 자리였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추무진 이사장

특히 WHA 2일째인 5월 19일 한국은 WHO의 예산과 결산, 주요사업전략 및 운영 방안 수집 검토하는 집행이사국으로 확정됐다. 또 5월 20일 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예수스 사무총장도 “한국은 메르스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인상적으로 억제하고 있으며, 모든 사례를 찾아 격리 검사 치료하고 모든 접촉자를 추적하는 종합 전략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평가해 K-방역은 대한민국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K-방역은 단순히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선 K-방역 글로벌 확산을 위해 진단키트 수출, 웹세미나 개최, 그리고 국제표준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먼저 진단키트 수출의 경우 지난 5월 22일을 기준으로 110여개국에 5600백만 명을 검사할 수 있는 분량이 수출됐다. 4월 2억65만 달러 수출에 이어 5월에는 약 1억3128만 달러를 포함한 바이오헬스 수출액은 11억7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9.4% 증가했다. 물론 최근 진단키트 수출액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국가들에서 생산량 증가로 인한 단가의 하락과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코로나19’ 대응 경험 공유 및 지원을 요청한 국가는 127곳이며, 민간 경로까지 합하면 유엔 회원국의 76%인 147개국에 이른다고 한다. K-방역을 벤치마킹해 자국의 방역시스템 구축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고자 지난 4월 27일 12개 정부 부처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을 포함한 5개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코로나19’ 대응 국제 방역협력 총괄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는 ‘코로나19’와 연관된 주제별 웹세미나를 연속 개최하기로 했다. 이 세미나는 5월 4일 1차를 시작으로 5월 27일 3차까지 진행됐으며 9차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위기대응 전략, 진단 격리 및 역학조사, 치료 임상경험, 환자관리, 출입국 관리, 경제, 교육, 정보통신, 선거 등의 유관정책 등 방역 정책 전반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K-방역 통합 매뉴얼로 만들어 향후 보건 방역 분야 국제협력 컨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독창적인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모델인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와 도보 이동형(Walk Thru) 선별진료소 검사 운영 절차, 생활치료센터 운영 모델 등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RT-PCR(실시간 유전자 증폭 기반 진단 기법)은 국제표준안 투표를 이미 통과해 올해 안에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선별진료소 표준안도 지난 4월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신규표준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국제표준이 되면 표준을 적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신뢰성, 경쟁력 상승효과가 동반된다. 즉 K-방역 관련 추진되고 있는 여러 방역모델이 국제표준으로 정해지면 세계 각국에서 이를 쓰고자 할 때 우리가 제안한 규격, 재질, 포장, 방법 등을 따라야 하기에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및 관련 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K-방역의 글로벌 확산과 국제표준화 추진으로 인해 꼭 필요한 또 하나가 있다. K-방역의 모든 과정을 표준화해 놓은 모델과 매뉴얼, 이를 보고 배우러 올 수 많은 외국의 보건의료인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교육센터일 것이다.

KOFIH는 협력국의 보건부 공무원, 국립대학과 병원의 의료진, 의공기사, 그리고 사업지역 현장의 필수 인력 등을 초청해 맞춤형 교육을 통해 보건의료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는 ‘이종욱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OFIH의 지난 10여 년의 경험을 비추어 보건대 앞으로는 기존 연수교육에서 했던 이론과 관찰 교육만으로는 협력국 보건의료인력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웹세미나를 통해서 배운 K-방역모델과 국제표준이 된 K-방역의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보고 체험해보기를 원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K-방역과 보건의료 관련 제도 및 기술 등을 교육하게 될 국제보건의료인력 교육센터에는 새로운 눈높이에 맞는 실습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실습실, 감염병진단검사 체험실습실, AR/VR을 이용한 모의수술실 및 의료기기 실습실, 연수생 사후 관리와 지원을 위한 원격화상 상담지도실 등을 갖춰져야한다. 이 센터는 또한 국내의 우수한 산업과 인력을 접목함으로써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과 미래 4차 산업의 선도적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보다 좋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의 보건의료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의 인재를 위한 국제보건의료 교육센터는 국제표준이 된 K-방역의 글로벌 위상 제고와 확산을 위해 필요한 교육뿐만 아니라 독창적이고 새로운 K-방역의 모델과 매뉴얼을 재창출하는 메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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