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코로나 19’ 확진자 거의 1만 명, 사망자 160여명, 회복한 환자의 수가 반이 넘고, 검사자수가 40만이 넘어가고 있다. 올림픽 메달 수처럼 매일 집계되는 확진자수가 연일 하락하고 있으니 외국 언론의 평가를 들먹이지 않아도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느낌을 누구나 갖는다.

정지태 고려의대 명예교수

검사도 외국의 기관이 인정을 하든 말든 그건 그냥 자기들 기준이다. 우리는 그 검사를 통해 진단을 했고, 우리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 그것을 필요로 하는 나라도 많다. 미국의 정부 관련자가 무어라고하든 일희일비 할 이유도 없다. 필요하지 않으면 수입해 쓰지 않는 것은 자기들 권리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고 쓸쓸히 세상을 떠난 국민들에 대한 애도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뛰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격려이고, 밤낮없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하위 공무원에 대한 배려이다. 자화자찬과 일주일도 내다보지 못하는 식견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과 최악의 경우 우리가 겪어야 할 일에 대한 계획을 보여주어야 한다. 매번 찔끔찔끔 개학이나 연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 삶의 구조로 보아 신천지 같은 대규모 집단 발병이 어디서 터질지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불안한 가운데 병원들은 지난 삼성서울병원 같은 불행한 사태가 우리 병원에서 터지지 않기를 기원하는데, 기간이 길어지고 의료진이 지치면 방어태세가 무너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도 좋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쳐 늘어나는 것은 국가부채이다. 고액 납세자들은 ‘왜 내가 낸 돈을 가지고 자기들이 선심 쓰느냐’ 욕하지만, 어차피 낸 세금이니 잘 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점은 아껴 쓰는 것이 아니라, 자꾸 빚을 내서 쓰는 것이다. 나 같이 나이 든 사람이야 어차피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저 국가 부채를 짊어질 젊은이들은 어쩔 것인가?

물론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할 수 있고, 대중의 관심도 없는 이야기 일 수 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이런 저런 문제로 집권 세력이 욕먹는 일은 일상사이다. 지난 정권 때 자기들이 하던 일이 그것 아닌가? 그래서 정권을 잡은 것인데, 잘 못한다고 욕 좀 먹으면 그게 그리 억울해서 거짓으로 대처하는가? 지금 국민이 야당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여당을 걱정하고, 못마땅해 하는 것인데 그게 눈에 안 들어오는 모양이다. 주변에는 여당도 야당도 신뢰하지 못하는 양비론적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런 상태로 총선을 맞아야하는 허탈함은 어쩔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국 언론의 칭찬도, 외국 총리의 칭찬이라는 거짓 뉴스도 아니다.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가식으로 가득 찬 정치판을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답답한 차인데 지금 또 의정부성모병원 폐쇄 소식이 뉴스에 나온다. 큰일이다.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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