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에 대한 소속 의료원장의 욕설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욕설은 인격을 말살한다는 점에서 반대하지만 욕설이 녹음되고 한참 후에 공개되는 일도 무작정 동의할 수는 없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욕설에 대한 비판이 주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도대체 그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 그럴만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위험한 상상력도 SNS를 타고 떠돈다.

의료계에선 경영을 감당해야 할 경영자(의료원장)와 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책임자 사이의 역할 차이가 부른 사건이라는 중도적 견해도 나오고 내부총질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그런 와중에서도 일반병실이 남아도는데도 넘쳐나는 외상 환자가 입원할 병실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과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외상센터는 환자를 볼수록 적자나는 구조 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국종 교수에 대한 욕설 파문은 결국 전국 14개(3개 준비중) 권역외상센터의 운영을 사회에 소환했다.

국가는 어떤 경우라도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권역별 외상센터 설립은 살릴 수 있는 국민 생명은 최대한 살린다는 정부 책무의 일환이다.

전용 공간에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365일 24시간 운영하는데 고비용이 든다.

환자 진료 의무를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언을 마음에 품고 있을지라도 민간병원이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정부 지원(500억원 가량)을 담보로 생겨난게 권역 외상센터다.

하지만 민간병원이 외상센터를 흔쾌히 수용할 만큼 정부가 적절히 지원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이번 사건이 품게 했다.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수호하는 정부 책무에 민간병원이 적자를 내면서 동참하라는 요구는 설득력이 없다.

다만 정부가 충분한 지원을 하는데도 외상센터 운영 병원들이 딴지를 건다면 그건 다른 얘기지만...

정부가 권역 외상센터 운영에 대한 전체 평가자료가 아직 없어 판단하기 이르지만 201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아주대 등 3개 권역외상센터 손익현황 분석연구’ 자료는 ‘손실’을 추정할 만 하다.

2017년 3월부터 1년간 외상환자 1인당 평균 145만원가량 손실을 봤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수익도 다른 입원환자보다 많았지만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헬기 가동 등 외상센터에 들어가는 비용은 더 많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가 표본이 적고 재작년과 작년에도 권역외상센터에 추가 지원이 있은 점을 고려하면 지표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의료현장의 체감은 권역 외상센터 운영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권역 외상센터의 수지타산을 조사하는 용역을 실시한다고 한다.

정부와 민간의 기능은 다르다.

정부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기능이지만 민간은 법적으로 부과된 의무 외엔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중중 외상환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살리는 일은 정부 책무지만 민간병원은 적자가 난다면 안해도 된다.

이번 정부의 권역별 외상센터 용역조사가 ‘권역 외상센터 지원 강화’에 방점이 찍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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