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상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대외협력팀장

- 김정상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대외협력팀장

[의학신문·일간보사]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한다. 또 세상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달라진다. 오늘의 첨단이 내일 구식이 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서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현재 학교의 교육은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이다. 많은 인력을 단기간에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이유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인 ‘학교’에서 하루 8시간 집중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똑같은 이론 교육을 진행한다. 이론 교육은 객관적으로 점수화하기 편리하다. 좋은 점수를 받으면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과연 이런 시스템으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물결을 대비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이 그 대답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7월 현재 국내 실업자 수는 109만7000명이다.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라고 한다. 게다가 청년 실업률(15~29세)이 9.8%, 체감실업률은 23.8%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는 경고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다들 미래 시대에 맞는 인재육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하나 빠진 게 있다. ‘어떻게’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각자 생계와 닿아있기 때문으로 추측할 뿐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하 의료기기조합)은 기술 인력 문제를 인지하고 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의료기기 산업별 인적자원개발협의체(Sector Council, 이하 SC)다.

의료기기 SC는 의료기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를 파악하고 관련 학계, 산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지를 논의하는 협의체다. SC 협의체는 매년 인력채용과 관련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데,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미스매칭’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미스매칭’이 일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따지고 보면 원인은 하나다. 지금의 교육이 너무 낡았다는 것. 교육기관에서 열심히 길러내는 인력들을 더 이상 기업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의 처지에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으니 좀 더 눈을 높여서 취업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안정적인 공무원 공부를 하는 게 어쩌면 현명한 선택이다. 기업으로서는 괜찮은 대학을 나왔다고 하지만 일을 함께해 보면 생각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저항값을 못 읽는 직원들과 마주할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정신적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그렇다면 이런 미스매칭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업에서 교육하면 된다. 고용노동부도 이런 사항을 미리부터 알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나온 제도가 ‘일학습병행제’다. 해당 제도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체계적인 교육 훈련을 기업이 진행토록 하고 일정한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기업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채용해 교육한다는 매력 때문에 초창기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그러나 행정 업무가 많고 운영이 탄력적이지 못하다 보니 기업들의 상황과 맞지 않아 포기하는 기업이 많았다. 아마도 정부가 인재육성을 일선 기업에 맡기기엔 여러 가지 믿음이 약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지난 9월부터 이런 문제들을 보완한 ‘민간자율형 일학습병행제’가 의료기기, 조선플랜트, 자동차, 치기공 등 4개 클러스터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은 기존의 행정 업무 부담을 없애고, 교육도 기본적인 집체교육을 제외한 대부분을 기업들의 재량에 맡겼다. 또 독일 아우스빌둥(Ausbildung) 제도를 벤치마킹해 기업에서 일정기간 일한 사람을 멘토가 평가하고 대한상의, 기업, 의료기기조합 3자 명의의 인증서도 발급한다. 어쩌면 앞으로 대학 졸업장보다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뽑을 수 있는 자격인증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제도가 안착이 되면 기업들은 신입을 채용하는 부담이 크게 줄이고, 취업생들도 대학 진학이나 스펙 쌓기에 집중하지 않고 중소기업에서 일을 배우면서 경력을 쌓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적인 인재는 학교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정부도 기업 중심의 교육 혁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막대한 비용을 지원하기보다 분야별로 일정 수준에 도달한 기업들을 선정해 실무형 러닝센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어떨까.

관련 산업별 러닝센터가 만들어진다면 해당 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별도의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관련 지식과 기능을 습득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러닝센터는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해 기업들이 원하는 교육 과정을 신설해 운영할 수 있고, 기업들은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인력들에 대한 교육 정도를 실시간으로 기업들에게 제공해 채용토록 한다. 교육생은 교육기간 동안 자신의 적성을 확인해 보고, 관련 기업들은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기업들간 경쟁을 하다보면 대우도 더 좋아질 것 같다.

물론 이런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선 먼저 바뀌어야 할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실무 기능 교육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고, 고졸과 대졸 임금 차이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경력 위주의 임금 체계도 직무 중심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고, 직무별 이동 사다리도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인재들이 현실과 부딪히면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자신이 몸담은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기기 기업들이 바라는 인재상이 아닐까. 인사담당자들은 언제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만큼 좋은 사람을 찾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시범사업을 토대로 내년 본사업으로 운영될 ‘민간자율형 일학습병행제’는 기업 중심의 교육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제도가 안착되고 발전하게 되면서 산업별 러닝센터도 하나 둘 생겨나지 않을까. 우리가 ‘민간자율형 일학습병행제’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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