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내년도 예정된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두고 복지부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서자 병원계 내부적으로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기존의 권역별 상급종합병원 지정방식이 평가기준 고착화 및 학습화된 평가로 인해 거점병원의 역할과 중증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제도의 취지가 약화됐다면서 평가지표의 변별력 향상과 평가의 합리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로이 적용될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체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뢰를 통해 서울대학교 산합협력단의 주도로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실시된 연구보고서(연구책임자 김윤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새 평가 지표는 전체 평가기준에서 질병군별 환자 구성비 부문의 비중을 낮추고 전문화된 진료, 의료질, 전달체계, 교육과 연구 부문의 점수 비중을 높이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증질환의 의뢰 및 회송 기능을 평가지표에 반영한 것도 특징이다.

현재 10개 권역별 42개 상급종병 지정은 대도시권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어 환자의 쏠림현상 심화 등 지역 의료전달체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평가 지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새 평가 지표에는 의료이용 중심의 의료생활권 도출 방법론을 이용해 보다 세분화된 진료권역을 담고 있고, 상급종병 수도 기존 대비 최소 4곳에서 최대 17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지역적으로 의료 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상급종병 지정 및 평가지표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 적용될 예정인 새 평가기준과 관련해 병원계와 사전 충분한 토론과 검증 절차가 없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증폭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단일화 된 절대 평가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해 지방과 수도권간에 이원화된 평가체계 적용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우려된다.

실제 복지부는 내년 4기 지정을 앞두고 지난주 상급종합병원협의회를 열어 새로운 평가 지표에 따른 진료권역 등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병원계의 반발과 혼란 등으로 제대로 된 소통의 기회를 갖질 못했다.

병원계 일각에선 진료권역을 둘러싸고 찬반 주장이 엇갈리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지역을 비롯한 일부지역 병원에서는 중증 응급환자가 서울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지역균형발전 등을 내세우며 새 평가 지표를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권역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권역에서는 지방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유리해진다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령 서울에 위치한 의료기관보다 기준에 미치지 못함에도 진료권역 세분화로 지정이 된다면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새로운 평가 지표를 적용할 경우 서울권역에서만 2곳의 상급종합병원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병원에서는 새로운 평가 지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상급종병 숫자를 10개 권역별로 42곳으로 제한하다보니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고 각 권역별 인구를 고려해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리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정부 예산 문제로 상급종합병원을 대폭 늘릴 수 없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강하다.

병원협회에서는 복지부의 새로운 평가 지표 적용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내년 4기 적용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모양새다. 내부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주무부처인 복지부 역시 내년 4기 상급종병 지정에서 새로운 평가 지표를 전면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임을 시인하면서 병원계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나마 다행스럽다.

결론적으로 병원계 내부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부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새로운 평가 지표에 대한 단계적 적용 방안이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