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제제분업 논의중단은 이기적…첩약도 과학적 검증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약제제 분업을 두고 대한약사회와 한의사협회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의협이 지난 3일 담화문을 통해 한약제제분업 참여를 중단하고 첩약급여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히자 약사회가 발끈하고 나선 것.

나아가 대한약사회는 오는 10월부터 실시예정인 첩약급여화에 대한 문제도 지적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모양새다.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은 지난 5일 오후, 대한약사회관에서 간담회를 통해 한의협의 담화문을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복지부는 일부 한약제제에 대해 약국을 제외한 한방의료기관만을 대상으로 특혜성 보험급여를 인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한약제제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약국을 한약제제 급여에 포함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결과, 한의약계 및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한약제제발전협의체를 운영하고 논의를 통해 한약제제 분업을 진행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3일, 한의협은 노인정액제 손실과 회원들의 이해가 상충돼 내부 우려가 야기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첩약급여화에 회원의견을 모으는데 회무를 집중하기 위해 제제분업에 대한 논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한의협은 두마리 토끼를 잡기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첩약급여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것.

좌석훈 부회장은 “이러한 결정은 국민건강과 한약발전에는 관심이 없고 대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결정”이라면서 “정부와 국민들이 바라는 전통 의약품의 현대화를 통한 한약 경쟁력 강화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약제제는 첩약과 다르게 현대적 제조방법으로 표준화.규격화되어 제조.유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사, 한약사, 한의사 각 직역에서 개별적으로 조제.판매 하고 있어 분업을 통한 한약제제의 적정 처방과 조제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약사회는 한약제제도 첩약처럼 ‘기성한의서에 의한 고증’을 이유로 안전성.유효성을 면제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좌 부회장은 “한약제제의 안전성.유효성이 보완되고 보험급여와 분업이 시행된다면 가장 바람직한 한약의 현대화와 한약제제 발전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약사회, '첩약도 과학적으로 검증하자’ 주장

이날 대한약사회는 한의협이 집중하기로 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지적하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약을 포함한 모든 의약품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있기 때문에 GMP등 검증과 허가기준으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첩약의 경우에는 ‘고증’을 이유로 현대적인 시험을 통한 입증을 하지 않고 있어 국민적인 불신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생강, 생지황, 총백 등 신선한약재의 경우 냉장보관해도 포장후 10일 이내에 변질이 가능한데 품질검사만 10일 소요되면서 일부업체들을 중심으로 검사면제 방안까지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좌석훈 부회장은 “또한 일부 한약재의 품질부적합 사례로 일당귀, 천궁, 등 일부 품목에서는 카드뮴 기준이 부적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정부부처는 관리방안이 미확정된 상태”라면서 “한약재 유통관리상의 문제에 대책이 시급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의사 연구진에 의해 진행된 연구결과로 한의사 직역만을 위한 시범사업안을 도출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증상 및 질환별 적정처방일수와 분량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좌 부회장은 “상황은 이렇지만 정부가 꾸준히 첩약급여화를 진행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의계만을 위한 논의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모든 첩약에 대해 시판의약품과 동일한 인허가 제도를 적용해,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안전성 유효성 입증 절차를 진행해야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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