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
제약특허연구회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특허법에 따르면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특허를 등록받은 날부터 특허출원일 후 20년이 되는 날까지이다(특허법 제88조제1항). 다만, 실시를 위해 약사법에 의한 허가가 필요한 발명, 즉 의약품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그 허가를 받기 위해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없는 기간만큼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특 허법 제89조).

이와 같은 존속기간연장 제도는 1984년 ‘의약품의 가격경쟁 및 특허존속기간 의 회복에 관한 법’을 통해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되었는데, 미국의 신약 제조사 들이 “특허권 존속기간­ FDA 승인시의 잔존 특허권 존속기간=특허권 존속기 간의 침식”이라고 칭하면서, 이 기간에 대한 보상조치가 없을 경우 신약 연구개 발의욕이 저해된다는 주장을 하며 활발한 입법운동을 추진한 결과로 제도가 제정되었다(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연구센터, 특허권존속기간연장등록제도 에 관한 영향연구, 2002). 미국은 1980년대 많은 국가들에 대하여 지적재산권 의 보호범위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특허권 존속 기간 연장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특허청,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 연구결과 보고서, 2003).

한편, 신약의 허가에 의해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연장되어 특허권자(즉, 신약 제조사)의 이익이 보호되는 만큼 일반 공중은 그 발명을 자유롭게 실시할 수 없게 되므로, 특허법 제95조는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은 그 연장등 록의 이유가 된 허가 등의 대상물건(그 허가 등에 있어 물건에 대하여 특정의 용도가 정하여져 있는 경우에는 그 용도에 사용되는 물건)에 관한 그 특허발명 의 실시 행위에만 미친다”고 하면서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연장등록의 이유가 된 허가 등의 대상물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아야 할지 모호하여 문제가 되어 왔다.

◇특허법, 존속기간 연장 효력 ‘대상물건 범위’ 모호= 2019년 1월 ‘베시케어 정’(유효성분: 솔리페나신, 주성분: 솔리페나신 숙신산염)의 허가에 의해 연장 된 특허권의 효력을 어디까지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일본계 제약회사인 아스텔라스는 솔리페나신 물질 특허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연장된 특허권이 솔리페나신 숙신산염에만 미치는지 솔리페나신 및 이의 염에 까지 미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통상의 기술자가 염 변경 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지 여부 및 치료효과나 용도가 실질적으 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신약의 주성분과 염이 다른 의약품(이하, 염변경 의약 품)이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면서, 솔리 페나신 푸마르산염에도 연장된 솔리페나신 물질 특허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결하였다.

즉,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기존 신약의 주성분과 염이 다르더라도 경우에 따라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칠 수 있게 된다. 이는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주성분 또는 해당 품목에 대하여만 미친다고 판단하였던 특허심판원 심결과 특허법원 판결을 뒤집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과 특허심판원의 심결 ‘상충’= 현재 연장된 존속기간의 효력이 염변경 의약품에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고자 하는 170여개의 사건 이 특허심판원 또는 특허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에서 ‘통상 의 기술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치료효과가 실질적으로 동일할 것’에 대한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지 않아 하급심을 진행중인 염변경 의약 품 제조사로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한국·미국·유럽 존속기간연장제도 비교

연장대상 특허 연장 횟수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 범위
한국 실시를 위해 품목허가를 받은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하여 제조한 의약품 관련 특허 - 하나의 허가에 의하여 복 수의 특허 연장 가능
- 최초의 허가에 한해 연장 가능
연장등록의 이유가 된 허가등 의 대상물건에 관한 그 특허 발명의 실시(연장 이유가 된 허가의 용도로 한정)
미국 허가 대상 product(신약의 유 효성분, 이의 염, 이의 에스테 르, 또는 다른 유효성분과의 조합), product의 제조방법 또는 사용방법 - 하나의 허가에 의해 하나 의 특허만 연장 가능
- 최초의 허가에 한해 연장 가능
유효성분에 대하여 허가받은 용도
유럽 product(의약품의 유효성분 또는 유효성분의 조합), product의 제조방법 또는 용 도 - 하나의 허가에 의해 하나 의 특허만 연장 가능
- 최초의 허가에 한해 연장 가능
유효성분에 대하여 허가받은 용도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연장된 존속기간의 효력이 ‘의약품의 유효성분, 이의 염 또는 이의 에스테르에 까지 미친다’고 특허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며(35 U.S.C §156(b),(f)), 유럽에서도 ‘유효성분에 대하여 미친다’고 규 정하고 있어(Regulation EC 469/2009 Article 1(a), Article 4), 우리나라와 달리 연장된 존속기간의 효력범위가 법문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만약 법원에 서 ‘베시케어정’ 판결의 기준을 경직되게 적용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도 미국·유럽과 유사하게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유럽은 존속기간 연장 효력범위 ‘법문’ 규정= 그러나 우리나라의 존속기간연장 제도는 연장 가능한 특허의 수에 있어서 미국·유럽과 차이가 있 다. 미국과 유럽은 하나의 허가에 의해 단 한 개의 특허만 연장이 가능하다(미 국: 35U.S.C §156(c)(4), 유럽: Regulation EC 469/2009 Article 3(d)). 반면, 우리나라의 ‘허가등에 따른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 운용에 관한 규정’ 제3조 에서는 “하나의 허가 또는 등록사항에 대하여 복수의 특허가 있는 경우 어느 특허권도 그 존속기간의 연장등록을 개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하나의 허가에 의해 다수의 특허의 존속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범위를 미국·유럽 수준으로 인정하게 되면, 다수의 특허의 연장에 의해 미국·유럽보다 신약 제약사 의 권리를 더 크게 보호해줄 수 있게 된다(예를 들어, 현재 30여개사가 소송을 진행중인 ‘챔픽스정’(주성분: 바레니클린 타르타르산염)의 허가에 의한 존속기 간 연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바레니클린 물질특허(등록번호 제10-0408138호) 의 존속기간이 615일 연장되었고, 바레니클린 타르타르산염특허(등록번호 제1 0-0551184호)의 존속기간이 281일 연장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물질특허 (US6410550)의 존속기간만 544일 연장되었다.

◇효력범위 지나친 확대는 구미 신약 제약사 이익만 옹호= 국내 제약사에서 도 몇몇 신약이 개발되어 출시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제약 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에 있는 미국·유럽과 비교하여 국내 제약산업은 아직 과도적인 위치에 있 다. 따라서 미국·유럽보다 더 크게 신약 제약사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것이 국내 제약산업 수준을 고려하였을 때 적절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염변경 의약품은 제네릭 의약품 개발에서 신약의 개발로 전환하는 중간단계 의 의약품으로 평가 받으며, 국내 제약산업의 단계적 발전을 위한 교두보 역할 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 사건에서, 국내 제약산업 발전 및 신약 제약사의 권리에 균형을 고려하여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 범위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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