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치료명령제 실효성 확보를 시작으로 전반적인 관리시스템 마련이 관건
박능후 장관 '사고 재발방지 위해 근본적인 예방대책 마련 나서겠다' 약속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최근 중증 정신질환자와 관련된 강력사고들이 발생하면서 국가가 관리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중증 정신질환자들을 제대로 추적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故임세원 교수를 살해한 범인이 입원치료를 받았다가 퇴원했지만 사건당일까지 1년여 동안 외래진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탈원화를 기조로 하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가 정신병원 강제입원 요건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면서 전면재개정에 들어가 2017년부터 시행됐다.

정신건강복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당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환자들이 단계적으로 사회적응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이전의 법과 비교하면 환자들의 인권과 관련해 보다 발전된 법은 맞지만 갑작스러운 탈원화는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환자의 가족들에게 사회적인 편견에 대한 부담과 함께 환자를 돌봐야하는 이중고가 전가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나아가 입원조건이 강화되고 입원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도 까다로워지게 되면 환자들은 지역사회에서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걱정도 함께 터져 나온 것이 당시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이런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정신질환자의 탈시설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거주와 훈련 등을 할 수 있는 중간집(halfway house)을 마련하는 등 해결방안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금도 대책마련은 요원하다.

최근 신경정신의학회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나타내며 이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환자들의 재발과 회복의 반복을 마주해야하는 치료현장은 결코 안락한 곳이 아니다”며 “의사에게 안전한 치료환경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환자에겐 지속적인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의료제도 하에서 사고의 위험은 온전히 정신과 의사와 치료 팀의 스텝들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학회는 “이러한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섣부른 논의를 지양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완전하고도 안전한 치료 시스템 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가야 한다”며 “이 슬픔이 조만간 화로 바뀌더라도 그 화의 에너지가 헛되이 사용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해결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탈시설 정책, 외래치료명령제 실효성에 달려

정부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탈시설 기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결과와 함께 UN에서도 정신질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시정권고를 하는 등 점점 높아지고 있는 환자인권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외래명령치료제에 대해서는 실효성을 높여야한다는것에는 정부와 의료계가 공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의학 관련 정책 관계자는 “재정확보에 대한 문제가 있겠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다들 잘 알고 있어, 이번 사건이 국내 정신건강관리 시스템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외래치료명령의 실효성의 부족을 인식하고 시스템 관리‧감독의 강화를 모색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지역에서 지원이 부족했던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도 지난 2일 빈소를 찾아 “사후처벌도 중요하겠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예방대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장치를 만들어야하는지 적극적으로 연구해보고 예방에 초점을 둔 방안을 고심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7일 故임세원 교수의 유족들은 "고인의 죽음은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정신건강 의료진과 여러 의료진들의 안전 확보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위험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의 안전을 살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며 고인의 유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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