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허가된 유효성, 건보파트서 대조 확인 요구
제약계, ‘전세계서 듣도 보도 못한 규제’ 반발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에서 항암제 등 고가의약품에 대한 약가 사후관리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국회에서 실제 효능‧효과를 확인해 약가 인하 기전을 마련하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감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항암제 등 고가의약품에 대해 ‘허가 사항과 실제 사용 사례의 효능‧효과 대조를 통해 약가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춘숙 의원은 “약품비 중 항암제는 지속적으로 (지출이) 증가해 왔다”며 ”앞으로도 고가 항암제가 많이 도입될텐데 항암제와 고가약에 대한 사후평가 프로세스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의원은 “허가 당시 제약사 임상자료를 대상으로 평가해 실제 약을 살 때 그와 같은 효능‧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데 산정 그대로 지급되는게 현실”이라며 공단 데이터를 통한 대조와 이에 따른 사후관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연말에 건보공단으로부터 사후관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받아볼 예정인 제약계는 어이없다는 반응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RWD(Real World Data), 즉 실제 환자 처방 데이터는 임상군에 비해 변수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효능‧효과 저해의 책임을 고가의약품에만 적용한다면 변수를 생성하는 다른 조건들은 모두 무시하고 고가의약품에만 ‘주홍글씨’를 새긴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업무 영역 갈등도 우려된다. 이미 식약처로부터 효능‧효과가 허가 사항에 들어가있는만큼 이를 건보파트에서 대조‧확인한다면 이는 중복 규제로 볼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식약처의 허가사항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식약처와 심평원 등 허가파트와 건보파트는 ‘신의료기술’이라는 이슈 속에서 불분명한 업무 구분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약가 인하 기전을 ‘실제 효능‧효과와 허가사항과의 비교’로 설정하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RWD를 챙기려면 말도 안되게 복잡한 평가 구조를 가져야하고, 이를 다른 변수들과 독립돼있는지도 살펴봐야하는데 이걸 과연 현재 기술력과 시스템 등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한다”면서 “이상적인 목적만 갖고 제도를 만들다가 시간과 돈, 업계 발전의지를 모두 소모해버리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여러 가지 지적을 내세우는 제약계지만, 올 연말에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사후관리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몰라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며 노심초사하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정춘숙 의원의 의지도 상황을 혼돈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춘숙 의원실 관계자는 “(효능‧효과 대조에 따른) 사후관리 시스템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국민들이 효과가 떨어지는 의약품을 비싼 가격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을 꼭 필요하다”며 추후 건보공단의 사후관리 연구 결과를 지켜보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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