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

[의학신문·일간보사=의학신문] 본지는 이번호부터 피아니스트 김윤경씨<사진>의 ‘클래식 편지’를 매월 1회(둘째 주 월요일) 연재하여 환자 진료에 헌신하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여유와 휴식을 드리고자 합니다. 음악칼럼 ‘클래식 편지’로 본란을 장식할 피아니스트 김윤경씨는 대중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음악가이며, 앞으로 역사 속에 위대한 음악의 거장들과 작품을 통해 ‘삶’과 ‘음악’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본란에 연재될 음악칼럼을 통해 잠시나마 힐링하며, 언제나 환자 곁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윤경은?

4세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피아니스트 김윤경은 10세에 도미하여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에 입학, 줄리어드 콘체르토 콩쿨에서 우승하여 첫 협연을 하였고 12세에 뉴욕에서 첫 독주회를 개최하였다. 같은 해에 그는 뉴욕 링컨센터 엘리스 툴리홀에서 주최하는 모차르트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되어 세계적인 아티스트 Wynton Marsalis와 연주하며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하였다. 그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실기수석으로 입학하였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후 이스트만 음대에서 Natalya Antonova 교수의 실기조교 및 전액장학생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시절 그의 렉쳐 리싸이틀을 참관한 Thomas Schumacher 교수로부터 “내가 본 이스트만 음대의 렉쳐 리싸이틀 중 최고”라는 극찬을 받기도 하였다.

그는 한국일보 콩쿨, 삼익콩쿨 및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자 오디션, 킹스빌 영아티스트 국제콩쿨,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자 선발 오디션, 금호영아티스트 오디션 등에서 우승하였고,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뉴잉글랜드 필하모닉, NE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성남시립교향악단, KT 체임버오케스트라 등과 협연을 하였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귀국독주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주회를 연주 및 기획하고 있으며, 실내악을 널리 알리고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프로젝트 솔로이스츠와 아니마스 피아노 트리오를 결성하였다. 2016년부터는 <Living Sounds> 시리즈 연주회를 시작하였고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 전곡 연주회, KT와 함께하는 토요일 오후의 실내악, 세라믹팔레스홀 초청연주회, 아니마스 피아노 트리오, 프로젝터 솔로이스츠 정기연주회, 더하우스콘서트 등에서 뛰어난 음악인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2017년에는 국내를 비롯하여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독주회를 개최하였고 2018년부터는 <소일톡: 소소한 일요일의 토크>를 통하여 매주 삶과 음악에 대한 글로 대중과 보다 폭넓은 소통을 하고 있다. 수원대학교 겸임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상명대학교 강사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총신대학교/대학원 강사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클래식 편지’ 연재를 시작하며…

이 글을 쓰면서 되돌아보니 지난 38년 동안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지냈던 것 같습니다. 걸음마를 시작하여 걷고 뛰기 시작하는 것처럼 피아노의 음계를 배우고, 페달도 닿지 않는 키로 연주를 하기 시작하여 어느새 음악도의 길을 전문적으로 걷게 되고, 이제는 음악이란 ‘살아있는 소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풍성한 나눔을 하는 삶을 살고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몸은 지치고 마음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음악회를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사실은 혼란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요. 음악회가 시작되면서 귀에는 아름다운 선율들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하고, 눈은 피아니스트의 섬세한 표현에 고정되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호흡과 함께 전 호흡하기 시작했고, 피아노의 구슬프고 아름다우면서도 격정적인 선율에 빠져 넋이 나간 듯 연주를 본 기억이 납니다. 제 안에 서서히 물밀 듯 기쁨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으로 기억됩니다. 서두부터 숨가쁘게 진행되는 현악기들과 힘차게 몰아치는 듯한 선율들이 마치 제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슬픔과 분노의 폭발, 희망과 기쁨을 통해 승리를 이루어가는 하모니들이 저와 공감하면서 울려 퍼졌습니다. 음악회가 끝난 후, 저를 가득 채웠던 절망과 분노는 사라지고, 감동과 행복이 차 올랐습니다.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회복, 즉 힐링의 시간이였죠. 어쩌면 평생 음악과 가까이 벗하며 지냈지만, 음악의 크나큰 영향력에 대하여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 지도 모릅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자 희로애락이란 이름의 배를 타고 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들 뿐 아닌 그들의 치료자인 의료인들, 즉 이 격변의 사회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는 위로와 회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지면을 통한 삶에 대한 진솔한 나눔과 음악이란 크나큰 선물을 통하여 잠시나마 독자들이 안락한 휴식과 행복을 누리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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