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동조 사법부 비판…방어진료 조장으로 국민 건강 악영향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 구속 영장이 발부되자 의료계가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 유가족에게 안타까운 사건이고, 중대한 사안임은 인정하나 관련 의료진의 구속이나 처벌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지난 3일 오전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가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이번 구속수사가 의사들의 방어진료를 조장해 진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조모 교수와 박모 교수, 수간호사 및 간호사 등 4명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이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4일 오전 2시경 피의자 심문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의료인 3명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간호사 B씨의 경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료계 전역에서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를 승인한 조치가 의료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즉각 구속영장이 기각돼야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우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 묵묵히 진료를 해오던 의료진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단순히 몇 명 의사의 처벌로 여론을 얼버무리려 한다면 진료기피를 만드는 역효과만 야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의료인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저수가로 의료를 통제하는 정부,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도록 강제한 병원장과 재단 이사장이 처벌 대상이라는 점이라는 게 의과대학 교수들의 입장이다.

협의회는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사태 방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의료진의 탓으로 때우려는 구속 수사는 법리에 맞지 않는 여론만을 의식한 판단”이라며 “의료진의 구속 수사를 철회하고 감염관리 체계의 근원적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복지부 및 범의료계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증거 확보됐는데 구속은 ‘과잉수사’=소아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의들도 수사당국 및 보건당국의 사건 해결 방법론을 두고 비판을 가했다.

대한소아과학회는 “조사가 진행 중인 수사 초기부터 의료인의 신분을 노출시켜 인권을 심히 훼손했다”며 “특히 모든 증거가 이미 확보돼 불구속 수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구속하는 것은 과잉 수사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학회는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감염 경로를 밝혀야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환자 의료 체계 및 감염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몇 명의 의료진 처벌로 사건을 종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도 “정확한 인과관계를 전혀 밝히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복지부, 질본, 심평원, 건정심, 식약처가 오직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운 것이나 다름 없다”고 피력했다.

신생아 중환자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미숙아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들도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본 역학조사 결과만 갖고, 단지 감염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된 법원의 판단은 충격 그 자체”라며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활동을 하는 의사들을 확정되지 않는 사실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피력했다.

또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는 저수가 의료보험제도가 빚어낸 열악한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환경이 그 근본 원인”이라며 “비상식적인 의료 정책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의료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간호사들도 이번 사법부의 판단에 비판을 가했다.

대한간호협회에서는 “입건된 간호사들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증거인멸의 시도도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이는 매우 부당한 처사”라며 “입건된 간호사가 정당하고 합법적인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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