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약료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사회적으로는
약물 오남용 방지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것 기대

박영달
경기도약사회 부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우리 사회는 인구구조의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고령 인구 확대에 따른 보건복지 정책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증가하고 있는 노년 취약계층을 위한 보건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노년 취약계층을 위한 보건 서비스 개발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 환자의 자택을 방문해 환자를 케어하는 방문건강관리 제도이다. 간호 서비스를 비롯해 목욕, 마사지, 물리치료 등을 제공하는 방문건강관리 서비스는 요양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자택에서 요양과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도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방문건강관리 서비스 수행에 있어 현장에서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은 고령 환자의 상당수가 만성질환자이며, 이로 인해 장기간 많은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다제약물복용자라는 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여러 종류의 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있지만 복용하고 있는 약물의 중복 처방으로 인해 약물 오남용 우려가 높고, 상세한 복약지도가 이뤄지지 않아 약물 부작용의 우려가 높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약사회는 이러한 방문건강관리 서비스 현장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약사가 직접 거동 불편 환자를 방문하여 복약상담과 약물관리를 시행하는 방문약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시흥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해부터 경기도의회를 통해 조례 제정으로 사업 수행 근거를 마련하고 도비 예산지원을 통해 부천, 성남, 시흥, 용인 등 4개 시군지역에서 2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올해는 시군 지자체 매칭사업 형태로 확대되어 도내 10개 시·군 지역으로 확대·추진되고 있다.

경기도약사회가 수행하고 있는 방문약료 사업은 지역 보건 증진에 기여하고, 대상자의 의약품 안전사용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한 사업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복 처방 감소로 인한 건강보험 절감의 경제적 효용성도 나타난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이렇듯 긍정적 평가를 얻으며 수행되고 있는 경기도 방문약료 사업 수행과정에서 참고한 해외 방문약료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방문약료 정책화 방향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해외 방문약료 서비스는 일본, 호주,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서 제도화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에 진입해 노인복지에 대한 고민을 가졌던 일본의 경우 재택환자 뿐만 아니라 요양기관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방문약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재택약료(방문약료, 방문약사)제도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제도에 해당되는 일본 개호보험 서비스에 포함되는 약료 서비스는 재택약료 서비스와 시설 서비스로 분류할 수 있다.

지역포괄지원센터가 연결하는 보건서비스에는 병의원과 같은 의료기관과 약사의 약료서비스, 간호서비스, 물리치료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재택 방문약료 시 약사의 방문수가는 5800엔(약 5만8500원)이며, 시설의 방문수가는 3520엔(약 3만5500원)이다. 환자는 이중 10%를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개호보험 재정으로 부담된다.

방문약료는 약국이나 병원 소속 약사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나 병원약사는 병원약국의 업무량이 많은 편이므로 현재는 참여율이 매우 낮다.

눈여겨 볼 점은 경기도약사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가나가와현의 약국 중 방문약료에 참여 경험이 있는 약국은 전체의 50%에 달할 정도로 보편화된 서비스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나가와현 약사회 관계자는 일본의 방문약료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타의료직역의 반대는 없었으며, 오히려 복약지도는 약사만이 할 일이라는 역할 분담을 정부가 개입해 정착되었다고 전했다. 즉 일본은 환자들의 요구와 정부의 필요성이 맞물려 방문약사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복약지도와 약물관리에 있어 약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수가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약사의 방문서비스 시행 후 약물 관리의 문제점이 크게 개선되면서 연간 약제비 추정 총액이 우리 돈으로 약 5000억 원에서 4000억 원으로 감소되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거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직 일본은 DUR이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임의분업으로 의사의 직접조제허용) 노인들의 중복처방과 이로 인한 잔약이 많은 상태이지만, 방문약사 제도 도입 이후 중복처방과 환자 상태를 파악한 복용회수 및 제형변경으로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방문약사 제도 도입과 시행의 밑바탕에는‘ 단골약국’ 형태를 띠고 있는 일본의 약국 서비스 시스템이 있다. 병의원은 여러 곳을 복수로 이용하더라도 약국은 한 곳을 단골로 이용해 약력관리에 의한 중복투약, 상호작용 방지 등 의약분업의 취지를 살리자는 취지이다.

일본 약사들은 환자들의 복약지도와 약력관리를 위해 약국 방문 시 환자들에게 약수첩을 지참하게 안내하고 있다. 또한 환자가 단골약사를 지명하고 계약하면 약사에게는 별도의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단골약사는 환자에게 약력관리에 힘쓸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문약사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상기한 바와 같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성공적인 제도 도입과 수행을 위해서는 방문약사와 환자의 접촉률을 높이고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단골약국 및 단골약사를 통한 환자 밀착형 약물관리가 사회적 인식으로 받아들여질 필요도 있다. 또한 보조적인 도구로써 일본의 약수첩과 같은 약력관리를 위한 다양한 도구 개발도 요구된다.

이러한 준비와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약료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사회적으로는 약물 오남용 방지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약사에게는 약력관리료, 노인복약지도료, 재택방문약력관리료·의약품정보제공료 등 다양한 수가 항목 개발을 기대할 수 있고, 방문약사라는 새로운 직역확대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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