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비의존적…베타세포 기능 장애·인슐린 저항성 영향 없어
경구용 혈당 강하제 병용 가능, 체중감소 등 다양한 효과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평생 혈당 관리는 물론 여러 합병증의 위험도 고려해야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어떤 제제의 약물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생사를 가를 정도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유독 DPP-4 억제제의 선호도가 높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효과와 안전성이 뛰어난 다양한 계열의 치료제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2014년에 시장에 등장한 SGLT-2 억제제이다.

최근 여러 학회에서 SGLT-2 억제제의 권고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학회의 주목을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는 SGLT-2 억제제 시장에 대해 분석해본다.

인슐린 비의존적 작용 기전 가진 SGLT-2 억제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DPP-4 억제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장관호르몬 인크레틴이 DPP-4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혈당을 조절하는 약물로 부작용이 적어 널리 쓰이고 있는 약물이나, 타 제제들에 비해 혈당강하의 효과는 강력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아졸리딘디온(TZD)의 경우, 지방대사와 관계가 높은 유전자 PPAR-γ 활성화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켜 혈당을 강하하는 기전을 가진다.

반면, SGLT-2 억제제는 인슐린 비의존적인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베타 세포의 기능 장애와 인슐린 저항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당뇨병 치료제들과의 큰 차이점이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저해하여 소변을 통한 포도당의 배출을 촉진함으로써 혈당을 강하시킨다. 이러한 기전 덕분에 SGLT-2 억제제는 대부분의 경구용 혈당 강하제와 병용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소변을 통해 당분을 몸에서 많이 내보냄으로써 체중을 줄이는 등 추가적인 이점도 있다. 최근 국내외 학회에서 SGLT-2 억제제를 주목하는 이유도 혈당 강하는 물론 체중 감소, 혈압 감소 그리고 심혈관 혜택 등의 다양한 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SGLT-2 억제제, 2제 치료제로 우선 순위 권고, 해외학회서는 ‘심혈관계 혜택’ 강조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SGLT-2 억제제를 2차 치료제로 추가하며 기존에 권고되던 DPP-4 억제제보다 SGLT-2 억제제를 우선 순위로 권고했다. 미국내과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는 2017년 지침에서 2제 요법 시 SGLT-2 억제제를 DPP-4 억제제와 동등하게 권고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SGLT-2 억제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심혈관계 혜택’도 지침에 추가됐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지난해 ‘당뇨병 표준치료법 2017’에서 ‘SGLT-2 억제제가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내용과 체중 감소 이점에 대한 내용 새롭게 추가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2018년판 지침에서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2제 요법 시 심혈관 위험의 감소가 입증된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SGLT-2 억제제 시장 현황

계열 최초 한국인 데이터 발표로 ‘포시가’ 1위 행보 이어갈지 기대

SGLT-2 억제제의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를 보면 알 수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SGLT-2 억제제로 국내 시장에도 가장 먼저 진출한 포시가는 2015년 100억, 2016년 200억원의 돌파에 이어 지난해에는 포시가의 복합제인 ‘직듀오(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와 합산하여 총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한국에서 막강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IMS 헬스데이터의 2016년 11월~2017년 10월 데이터에 따르면 SGLT-2 억제제 시장 내 포시가의 국내 점유율은 약 52%이며, 복합제 ‘직듀오’까지 합산할 경우 점유율이 무려 63%에 이른다.

포시가는 최근 한국인 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최초로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혜택을 확인한 리얼월드 데이터 CVD-REAL 2 결과를 발표하며, 국내 시장에서의 1위 행보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다.

베링거인겔하임•릴리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은 선발 제품들보다 늦은 2016년에 출시됐지만 지난해 124억원대로 빠르게 매출을 올리며 시장에 먼저 진출한 아스텔라스의 ‘슈글렛(이프라그리플로진)’을 따돌렸다.

자디앙은 포시가와의 양강구도를 형성하는데 성공했으나 포시가의 기세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자디앙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8% 갸량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디앙은 당뇨병 치료제 중 최초로 심혈관계 사건 발생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 점유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스텔라스의 ‘슈글렛’은 지난해 원외처방액 기준 31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2.4% 성장했지만, 경쟁 제품과의 격차를 줄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올해, SGLT-2 억제제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MSD와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얼투글리플로진’이 연내 국내 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또한 지난해 출시된 복합제 ‘자디앙 듀오(자디앙+메트포르민)에 이어 앞으로도 아스트라제네카의 SGLT-2i + DPP-4i 복합제 ‘큐턴(포시가+온글라이자)’ 등 여러 복합제의 출시가 예정돼 있어 SGLT-2 억제제 시장 전체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에서 SGLT-2 억제제 심혈관 혜택 최초로 확인… 세계판매 국내판매 1위, ‘포시가’

포시가는 계열 최초로 개발된 제품인만큼 실제 임상현장에서 쌓아온 데이터로 효과를 입증해온 것이 상당한 강점인 제품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시장을 겨냥해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최초로 한국인 환자에서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혜택과 안전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를 얘기할 때 최고 화두인 심혈관계 혜택을 빼놓을 수가 없다. 심혈관 질환이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며 혈당 강하만큼이나 심혈관 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함께 대두되고 있어서다. SGLT-2 억제제 계열 중에서는 자디앙이 EMPA-REG 연구를 통해 가장 먼저 이를 확인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최근 발표한 ‘CVD-REAL 2’ 연구는 실제 처방 데이터를 분석하여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의 제 2형 당뇨병 환자들에서 다른 혈당강하제 대비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한 리얼월드데이터이다.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이 연구가 한국에서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한국인 환자에서 최초로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혜택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CVD-REAL KOREA’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한국인 환자들이 대규모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체 47만 명 중 72%에 달하는 약 34만 명이 한국인이였다.

연구 결과, 한국인 환자의 경우 포시가 등의 SGLT-2 억제제가 다른 경구용 혈당강하제 대비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을 28%,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위험을 13%,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위험을 19%, 심근경색 위험을 19%, 뇌졸중 위험을 18%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 SGLT-2억제제를 복용한 전체 환자의 74.7%가 포시가를 복용했다.

포시가가 한국인에서 실제 효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 CVD-REAL 2 연구가 처음이 아니다. SGLT-2 억제제 중 처음으로 국내에서 시판 후 조사 결과를 확보하며 한국인에서도 실제 혈당 강화 효과와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는 국내 당뇨병 환자 1,25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포시가 투여 후 ▲당화혈색소는 0.66%(12주차), 0.87%(24주차) ▲공복 혈당은 26.92mg/dL(12주차), 32.94mg/dL(24주차)가 감소했다. ▲체중 및 체질량지수는 투여 전과 대비해 각각 1.71kg, 0.57kg/m2 가 줄어들었다.

이에 앞서 포시가는 한국 외 전세계 국가에서도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를 포함한 6개국, 30만명 이상의 환자들의 실제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CVD REAL’ 연구로 심혈관계 혜택을 한 차례 확인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한국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DPP-4 억제제와 비교해 포시가의 차별화된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3개국(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약 4만명 이상의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실제 진료 데이터를 분석한 CVD-REAL의 연관 연구 결과를 보면, 포시가 투여군은 DPP-4 억제제 투여군에 비해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위험 21% 감소,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위험 38% 감소,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이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포시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포시가의 심혈관 안전성 및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 3상 임상시험인 ‘DECLARE’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SGLT-2 억제제 계열의 심혈관계 안전성에 대한 이점이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데이터로 이를 한 차례 입증한 포시가는 DECLARE 연구를 통해 이러한 이점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뇨병 치료제 중 최초로 심혈관계 사망률 감소 확인한 ‘자디앙’

2016년 국내 허가출시된 자디앙은 시장에 가장 늦게 진입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중 가장 먼저 심혈관계 사망률 감소를 확인했다는 점이 자디앙의 성장을 견인한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EMPA-REG OUTCOME 연구는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제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간,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로,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계 관련 사망을 38% 감소시켰으며, 심부전에 따른 입원 위험은 35%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디앙은 주요 심혈관계 관련 사건 중 심혈관계 관련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등의 전체 발생 위험을 14%로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자디앙은 EMPA-REG OUTCOME 임상 연구를 통해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 감소를 입증했으며, 미국과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최초로 이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했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약 2~4배 정도 더 높다. 때문에 자디앙은 당뇨병과 심혈관 위험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약제라는 장점을 통해 앞으로도 시장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자디앙은 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단독 혹은 병용으로 치료 시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체중 및 혈압 감소에 대한 연구 결과도 보유하고 있다.

우수한 당화혈색소 감소, 일본에서 사랑 받는 ‘슈글렛'

‘슈글렛’은 아스텔라스제약이 일본에서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제조판매 승인을 받아 판매했다. 때문에 일본에서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넘는 치료제이다.

2014년 ‘유럽당뇨병학회’(EASD, 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Diabetes)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다른 SGLT-2억제제보다 당화혈색소 감소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져 있다. SGLT-2억제제로 12주 이상 치료한 임상 52건을 모아 비교 분석한 결과 슈글렛은 0.97%p으로 타 SGLT-2 억제제 치료제에 비해 당화혈색소 수치를 더욱 유의하게 낮췄다.

SGLT-2 억제제의 또다른 장점인 체중 감소 효과도 슈글렛에서 입증됐다. 슈글렛은 아시아 당뇨병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에서 단독요법의 경우 2.3㎏가 줄어 위약군 0.8㎏ 대비 뛰어난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 다른 약제들과 병용했을 때도 2.3~3.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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