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 이상만 편집국장

지난 3년전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 이어 최근 발생한 신생아중환자실의 잇따른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이 바라보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다.

특히 최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 4명의 사망 원인이 정부 조사 결과 원내 주사제 오염, 즉 시트로박터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으로 밝혀졌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사망한 신생아들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 감염되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신생아들을 담당하던 의료진이 영양주사제를 개봉해 연결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주사제가 세균에 오염됐고, 오염된 영양제를 맞은 신생아들이 세균에 감염되면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경찰 발표의 요지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병원의 감염관리 부실로 신생아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해당 병원은 물론 담당 의료진도 일정부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특히 원내 감염 문제는 메르스 사태에서도 보듯이 작은 실수라도 자칫 큰 인명피해를 가져올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료계 내부의 자정 목소리도 높다.

당사자인 이대목동병원 역시 신생아 사망원인이 ‘시트로박터균 감염에 의한 사망’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그 주된 내용이 ‘주사제 취급과정상의 감염관리 의무 위반 간호사와 지도감독 의무 위반인 의사 등 5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입건’ 등 의료진의 처벌 쪽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번 사건은 특정 병원과 특정 의료진만의 잘못인양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태 해결의 최선책은 아닐 것이다.

소위 국내 최상급인 대학병원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언제든지 타 의료기관에서도 재발될 수 있는 열악한 의료 환경에 처해 있음을 방증해주고 있다. 실제 해당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5명이 할 일을 2명이 감당하고 있었고, 과부하의 당직근무 체계 등 24시간 예측불허의 상황이 발생하는 NICU의 특성상, 열악한 근무여건이 지속됐다는 것은 비단 이 병원만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중환자실 감염관리 인력 부족 문제와 환자 안전시설 및 시스템, 나아가 원활한 중환자실 운영을 위한 수가 적정화 방안 등의 현실적인 대책이 함께 강구되어야만 부실한 감염관리 체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총체적인 감염관리 시스템에 대한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질 관리 수준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다행히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조속한 시일내에 강화된 신생아중환자실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감염관리 전반에 관한 강화대책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러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는데 있어 강압적인 행정 규제 보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글로벌 의료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선진화된 의료 감염관리 시스템이 구축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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