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서울시병원회 회장

한 해가 지고 있다.

그동안 내게는 60회 하고도 몇 번인가의 해를 더 보내는, 결코 적지 않은 그런 세월을 살아왔지만 매번 그 한 해 한 해를 보낼 때마다 느끼는 감회는 색다르다, 그래서 올해 역시 한 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는 나를 돌아보는 감회가 남다른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사람들은 늘 상 ‘참 다사다난 했던 한 해’라고 하며 마치 자신만이 그 험한 세파를 헤치며 살아 온 것 같이 이야기들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남녀노소 그 누구를 막론하고 이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빼 놓고 한 해를 보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나는 다사다난이라는 말 대신에 그저 바쁘게 살아 왔다고만 이야기한다. 돌이켜보면 정말이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게 살아 온 날들이었다.

나는 그렇게 바쁘게 살아 온 날들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그러한 일들이 많아 다른 것은 쳐다 볼 수도, 이야기할 수도 없을 만큼 바쁜 날들이 살아 왔다면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말이다. 더구나 그 일들이 나 개인의 일이기보다는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되기에 더욱 감사한 것이다.

저를 만나보신 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내가 욕심이 좀 많다. 다른 것보다 특히 일 욕심이 좀 더 많다. 우선 나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동신병원의 원장직 이외에도 서울시병원회 회장과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회장을 맡아 내 나름대로는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었다고 생각을 한다.

무엇이 됐든 공직을 맡는다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있어서 영예로운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적인 직책을 맡을 때는 그 직책이 주는 영예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먼저 책임이 따르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직책을 맡을 때 그 직책에 따른 책임보다는 명예에 우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러한 모습들을 돌아보면서 혹시 내게도 그런 모습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들어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제 새 해에는 내게 영예로운 직책을 부여해 준 단체의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주어진 ‘나의 직책에 보다 충실 해야겠다’는 나름대로의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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