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보류 ‘혼돈’…경북권역 경쟁 '가속화'
경남권역은 차기 지정 경쟁 ‘심화’ 예고

칠곡경북대병원 전경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유효한 3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42개 병원 확정‧1개 병원 보류로 마무리됐다.

보류가 결정된 이대목동병원과 관련, 사건의 향후 진행 방향과 보류 여파에 의료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번에 변동이 생긴 경남‧경북 권역에 대한 관계자들의 입장이 갈리고 있어 향후 의료계의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이대목동병원 보류 ‘예상된 결과…그 후는?’ : 이번 이대목동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보류는 복지부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는 것이 의료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이번 상급종병 지정 평가에서 커트라인을 넘어서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종병 평가 이후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인과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론만을 등에 업고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문제는 지정 결과 발표 이후다. 1, 2기까지 받아 왔던 종별 가산금이 깎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진료비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생아 사망사건 발생 이후 급감한 환자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에 대한 과제와 함께 그보다 더한 타격, 즉 병원 이미지 하락을 어떻게 복구하느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현재 지정 보류의 경우 종별 가산만 적용이 안 될 뿐 상급종병 기준에 맞는 병원 시스템을 계속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인원 감축 등을 생각하기도 어렵다.

아울러 마곡지구에 들어서는 ‘이대서울병원’과 관련, 자금‧인원 확보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이 작업 또한 현 상황에서는 더욱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주변 병원 지형도 바뀔 수 있다. 현재 서울 서부권역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강서 지역과 김포 지역의 인구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병원을 이용하는 수요 또한 급격히 늘고 있다.

이 지역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으로는 선택지가 신촌 세브란스 병원과 이대목동병원, 혹은 고대구로병원 등이 있으며, 그 외에는 부천 지역을 찾거나 서울 서부권역 외 지역의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급증한 인구로 인해 이 지역 교통이 혼잡해지면서 환자가 그 외의 지역으로 진출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목동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역할과 환자 수요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늘어나는 환자 수요는 주변 병원들이 감당해내야 한다.

이미 지역 신생아 환자들은 타 병원으로 옮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주변 병원의 응급환자 추이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목동병원 공백의 장기화가 주변 지역 환자뿐만 아니라 주변 병원 일부 진료과의 진료 과부하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칠곡경북대병원 가세…경북권역 경쟁 ‘불붙어’ : 이번 3기 상급종병 지정의 깜짝 이슈는 다름 아닌 칠곡경북대병원의 상급종병 합류다. 주변 병원들조차 칠곡경북대병원의 상급종병 합류를 예상치 못했으며, 차기 지정 평가부터 본격적으로 격돌하지 않을까 예상했던 바였다.

주변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기존 4개 병원이 무난하게 들어갈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칠곡경북대병원이 추가로 합류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칠곡경북대병원이 대구‧경북 지역의 상급종합병원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 지역의 상급종병간 경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지역 의료인과 행정직을 포함, 블랙홀처럼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칠곡경북대병원은 2019년 개원 예정인 임상실습동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까지 충원해야 한다. 물론 병상 또한 700병상 정도 늘어난다.

여기에 더해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또한 기존의 동산병원만이 아닌, 상급종병급의 병원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성서지구에 새 병원을 준비 중인 동산의료원은 빠르면 내년 10월에 건물을 완공하고 다음 해인 2019년 초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물론 새 병원의 경우 상급종병 지정 평가를 받기에는 시기상 준비가 어렵지만 대구 권역에 상급종병급 병상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대구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대구광역시 내 인구는 제자리걸음인데 지역 내 상급종병만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미 과포화 상태인 의료환경 속에서 경쟁만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파업에 눈물 흘린 ‘울산대병원’…차기 지정 ‘험난’ : 2기 지정(2015~2017)에서 상급종합병원에 합류한 울산대병원은, 이번 3기 지정에선 장기간 파업으로 인해 평가에 소홀히 대처하지 않았냐 하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증도 등의 평가는 제대로 받았지만 정작 현지 실사 평가가 시작되는 기간인 지난 9월과 10월에 장기간 파업을 진행하면서 결국 이번 3기 지정에서 탈락하게 됐다.

당장 울산대병원의 경우 주변 상급종합병원과의 거리가 멀어 사실상 종별 가산금 증가에 따른 병원 접근성 하락이 적은 병원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5%의 종별 가산금 감소는 병원 수익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상급종합병원 당시인 올해 9월 초 병상가동률이 90%를 상회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울산대병원의 상급종병 탈락은 장기적으로 유인 요소보다는 수입 감소 요인이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차기 지정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차기 지정 평가에선 기존 병원들과 해운대백병원 등 이번에 지정 받지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평가를 신청하는 병원은 물론, 새로이 창원경상대병원이 차기 지정을 노릴 것으로 전망돼 항상 치열했던 경남권역 상급종병 평가는 차기엔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