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일까. 2017년은 의료계 각각의 직능단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들의 고유 범위 밖 영역(?)을 침범하려 하고 이를 방어하느라 숨 가쁘게 지나간 해다.

비록 오래전부터 지속돼 온 갈등은 해마다 반복되는 경우가 흔해 올 한 해 동안 일어난 직역 간 갈등 구조도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 양상이 더욱 거세지고 다변화된 특징을 보였다.

우선 의사와 한의사 간의 갈등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를 비롯해 치매국가책임제 안에서의 한의학 포함 논란, 한의협의 정치권 로비 의혹, 안아키 인터넷 카페 논란, 한의사 MD 표기 문제, 한약 안전성·유효성·성분검사 의무화 등 소위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 지적하고 비난할 요소는 넘쳐났다.

한쪽 직역의 사건·사고가 터지면 반대쪽 직역은 성명서를, 이어 성명서에 대한 반박자료를, 또 다시 해당 반박자료에 대한 해명자료 등으로 프레임 싸움이 집중됐고 결국 의사와 한의사들의 갈등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법안’을 둘러싼 국회의 움직임에 의해 격해지기 시작했다.

국회는 최근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법안을 보류하고 의·한·정협의체를 제안했으나 의협과 한의협은 이에 대해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직능 간 영역 침범이라는 골자로 ‘현대의료기기’가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 요소의 가장 커다란 줄기이지만 이 밖의 이슈들에서도 서로 물러섬 없는 갈등이 반복된 2017년이라고 할 수 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여서 논란이 논란을 낳고 있는 ‘의사보조인력(이하 PA)’을 둘러싼 젊은 의사와 전문 간호사들의 보이지 않는 이견차이도 존재했다.

해결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복지부가 지난 11월 전문간호사의 분야 확대로 급한 불을 끌 수도 있다는 의도가 알려지면서 일선 전공의들이 이를 염려한 것.

물론 대한간호협회는 약 1만여 명의 PA 간호사를 간호사 본연의 업무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PA 합법화를 표면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어 자칫 새로운 갈등이 될 요지를 품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영역 갈등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확대 시행에 따른 간호 인력난 문제가 더욱 심화되면서 수면 위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간호사 수급이 어려운 지방과 요양병원, 노인장기요양기관 등에 간호조무사를 활용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서로 다른 입장이 확고했던 것.

심지어 일본처럼 준간호사를 도입해 2년제 간호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올 한 해 동안 열린 간호인력 관련 토론회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들려왔는데 간호협회는 “국민건강이나 간호 질을 위해 간호조무사 대체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꾸준히 지적해왔다.

즉, 간호사 처우개선 등으로 간호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것이지 간무사로 대체·충당하는 정책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닌 또 다른 직역인 치과위생사와 마찰을 겪기도 했다.

치과위생사협회가 의료인화에 관한 의료법 개정 ‘100만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당시에 간무협이 적극 반발하고 나섰는데 치과위생사가 의료인화 될 경우, 치과 간호조무사의 역할 및 입지가 대폭 축소돼 치과위생사의 보조 인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처럼 2017년은 다양한 형태·다양한 영역에서의 직역 간 갈등과 더불어 대표 의약단체들 모두 마치 경쟁 하듯 ‘협회장 탄핵안’으로 내홍에 빠지기도 해 안으로나 밖으로나 의약계 전반에 걸쳐 ‘갈등’이라는 단어가 끊이지 않았던 해로 기억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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