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매년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에이즈의 위험을 알리고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의 확산을 막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HIV환자 발생률이 전 세계적으로 35%나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00명 이상씩 급증하고 있다. 염려스러운 것은 감염인의 연령층이 10대 청소년층과 20대의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에이즈(UNAIDS)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남성간 성행위(MSM, Man who Sex with Man)가 가장 많고, 이성간 성행위, 양성간 성행위, 수직감염, 약물투여, 수혈 등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은 1995년, 수혈로 인한 감염은 2006년, 수직감염은 2014년 1예가 마지막 사례로 보고됐다. 역학조사에 응한 사례의 거의 전례에서 성관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7년 10월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 모두 ‘동성간 성접촉이 에이즈를 전파하는 주경로’라고 답변했다.

HIV 예방방법으로 금욕과 콘돔 사용, 성파트너 줄이기, 포경수술, 노출 후 예방(PEP, Post Exposure Prophylaxis)과 노출 전 예방(PrEP ,Pre-Exposure Prophylaxis)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여러 HIV 예방법 중에서 PrEP은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HIV 음성자에게 노출 전 예방과 노출 후 약물요법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HIV음성자가 자신의 sex partner가 HIV 감염인이라는 것 을 먼저 알아야만 가능하다. 상대자가 감염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약을 복용하면서까지 성관계를 갖으려고 할까?’ 하는 것이 의문이다. 국내에서는 PrEP을 남성 간 성행위자(MSM)보다는 HIV 양성인 임신한 임산부의 수직감염예방(PMCT, Prevention of mother-to-child transmission)에 적용하는 것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울 것이다.

둘째, 다른 약제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하지만 신장기능 검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사전 화학약물의 대표적 약제인 ‘트루바다’를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복용했는데도 양성자로 판정된 케이스가 2예에서 있었다.

셋째, PrEP이 다른 성병(STI, 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s)을 막아주지 못 하기에 트루바다만 믿고 성행위를 하다가 다른 성병에 노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넷째, PrEP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대한 부분이다. 일부에서 ‘트루바다’가 사전 화학적 예방요법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보험급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 화학적 예방요법을 말라리아 예방약과 피임약에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유와 접근방법은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다. 보험 적용의 확대가 능사가 아닐 수 있다. 보험적용의 확대가 오히려 에이즈 감염경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 동성간 성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윤리적으로도 배분적 정의에 맞지 않는다. 타 질환과 비교해 볼 때 다른 예방적 방법이 있는데도 한정된 보험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평형성의 문제를 야기 시킨다. 사회적 공감대와 정당성을 확보하기 힘들어 보인다.

만약 사전 예방적 화학요법 약제의 보험적용 범위가 확대 된다면 말라리아 예방약과 피임약, 발기부전제, 더 나아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유발유전자를 알게 된 사람들도 예방적 수술을 해주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형평성과 우선순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여섯째, 이 약제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와의 이해상충(COI Conflict of Interest)문제는 없는지 그리고 약 판매량을 늘려 회사의 이익을 증대시키려는 제약회사의 상업적 판매 전략이 탑재 되어 있지는 않은지 민감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살펴 볼 때 PrEP의 보험적용은 상식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국민 정서상으로 맞지 않는 문제점들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HIV감염은 일명 에이즈약으로 알려진 항레트로 바이러스 약만 잘 복용하고, 예방 지침을 잘 따르면 에이즈로 발전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에이즈 날을 맞이하여 에이즈가 없는 날을 바라며 합리적이고 형평성에 맞으며, 경제적이고 이해상충의 문제가 없는 예방 방법이 제공되길 바란다.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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