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봉사활동 후기

전동근
건국대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 2년차

[의학신문·일간보사] 2017년 10월은 일주일이 넘는 긴 추석 연휴가 이어졌던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필자는 우즈베키스탄 내의 자치공화국인 카라칼팍(Karakalpak) 정부의 초청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건국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김지남 교수 외 1인(전공의 2년차 전동근), 건국대병원 마취과 권원경 교수, 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 엄기일 교수(전 건국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외 1인(전공의 4년차 도수빈), 박진석성형외과 박진석 선생으로 성형외과 팀을 구성하여 우즈베키스탄에 속한 카라칼팍자치 공화국의 수도 누쿠스(Nukus)를 약 1주간의 일정으로 방문했다.

이전부터 매년 진행되었던 의료봉사에 현지의 관심은 높았다. 누쿠스공항에 도착해서부터 현지 방송국의 취재팀과 정부의 보건부 담당자들이 우리의 입국을 반겼고, 공항 출구에서 현지의 전통 음식을 전달하며 환영식을 열어주었다.

현지 도착하는 날부터 봉사단은 수술방을 설치하는 일을 하는 동시에 수술 대상자 선정을 위한 외래 진료를 진행하였다. 이미 구순구개열 분야의 최고권위자인 엄기일 성형외과 교수팀이 수년간 구순구개열 환자들에 대해 수술치료를 진행해왔었기 때문에 우리의 올해 방문을 손꼽아 기다린 환자 및 보호자들로 외래 대기실은 가득 차 있었다. 이전 환자들의 탁월한 수술 결과에 대한 소문을 듣고 카라칼팍공화국 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전역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 도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현지 의료인으로 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다. 작년에 대기순서에 밀려 올해 다시 방문한 환자, 적절한 치료시기를 이미 놓치고 거의 성인이 되도록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 거주 지역이 너무나 멀어 뒤늦게 도착해 진료 순서가 밀려 울고 있는 보호자 등 진료실과 대기실의 사람들은 저마다 모두 절박한 사연을 호소하며 수술을 받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외래 진료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올해의 수술 대상자 인원이 모두 결정되었고, 예비 명단에도 들지 못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실망감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현지의 열악한 의료 보건 및 경제 사정으로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간절함에 다시 오지 않을 수 없다”는 엄기일 교수님 말씀이 떠올랐다. 구름같이 몰려든 환자들에 놀랐었던 마음은 이들을 모두 치료해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우리 성형외과팀의 구순구개열 환자들에 대한 수술이 시작되었다. 엄기일·김지남 교수님의 진두지휘 하에 현지 병원의 수술실은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그렇게 하루 10여명의 환자에 수술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고, 총 3개의 수술대를 오가며 준비된 인력과 장비의 전부를 쏟아 부어 진행되는 수술들로 인해 수술실은 매일 흡사 전쟁터와 다르지 않은 긴장과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모두에게 힘들고 고된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첫째 날 부득이 내년을 기약하고 돌려보내야만 했던 가슴 아픈 기억에 우리 성형외과팀원 모두는 잠시도 쉴 수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예비 명단에 있는 아이들 까지 최대한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대부분의 환자군은 구순구개열 환자들이었고, 이들에 대해 엄기일·김지남 교수님이 전담하여 수술을 진행하였고, 화상흉터 재건 등에 대한 일반 성형외과 수술은 박진석 선생님이 전담하여 수술을 진행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총 40여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수술 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다.

마취과 권원경 교수님 또한 열악한 마취환경에서 전신마취 환자 관리와 수면마취 수술 시행 등의 지원을 통해 원활한 수술 진행을 위해 애쓰셨다. 특히 전신마취 중 발생하는 돌발상황에서 환자의 상태 변화에 적극 대처하며 현지 마취과 의사에게 적절한 마취법에 대해 교육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체류기간 이루어진 수술은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었고, 환자들 모두 안전하게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특히 현지의 마취과 의사만 있었던 이전에 비해 수술방에서 환자상태가 눈에 띄게 안정되고, 이에 따라 수술 취소 비율이 많이 감소하였던 것은 마취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매일 아침 있었던 회진 시간은 누쿠스의 환자들과 보호자 그리고 현지의 의료진과의 참된 소통 시간이 되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하루하루가 시간에 쫒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매일 10명씩 늘어나는 회진 대상 환자들을 돌아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매일 수술부위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교정할 것을 지시해주신 김지남 교수님이 있었기에 큰 탈 없이 환자들을 돌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 현지를 떠나기 직전 있었던 전체회진은 우리 팀 뿐 아니라 현지의 모든 의료인이 함께 전체 병실을 돌며 환자들과 보호자들과 면담하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마지막 날 15세가 돼서야 심한 구개열에 대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환자가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우리를 불러 한 번 더 고맙다는 말을 힘겹게 전하는 장면은 아마 평생 잊기 어려운 순간이 될 것 같다.

약 일주일간의 계획한 모든 의료봉사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수술 후 경과관찰을 직접 할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부분의 현지 의료인들에 대한 수술 후 환자관리를 위한 교육으로 대체하기로 하였고, 이에 현지 병원의 외과 팀에 구체적인 환자 관리 방법을 직접 문서로 작성하여 전달하고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간혹 이전 수술 받았던 환자들이 경과관찰을 위해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현지의 의료인들도 우리의 시스템에 맞추어 충분한 수술 후 관리를 해줄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현지 의료시설에 기증할 다양한 의료용품을 해당 병원에 기증했다. 대부분은 박진석성형외과에서 준비해준 물품으로, 의료용품이 너무나 부족한 현지의 병원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누쿠스 도착시 대형박스로 20개 이상 되던 우리의 돌아가는 짐은 10개정도로 줄어 들었다. 그렇게 소중한 기억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참된 의료에 대해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보람된 경험이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