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성폭력, 위계적 관계로 소송 어렵고 내부징계 부실
한국여자의사회-여성변호사회 성폭력예방 공동대응 다짐

한국여자의사회(회장 김봉옥)는 18일 저녁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와 정기간담회를 갖고, 의료계의 양성평등과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에 관한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의료계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교육을 체계화하고, 의료기관 평가에도 반영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의과대학, 의료기관 내에서 교수, 학생, 간호사 등 의료인 간 발생하는 성폭력의 경우 지위적 관계나 내부징계 부실로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자의사회(회장 김봉옥)는 18일 저녁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와 정기간담회를 갖고, 의료계의 양성평등과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에 관한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현아 변호사

이날 김현아 변호사(여성변호사회 이사)는 “의료인 간 발생하는 성폭력의 경우 대부분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위계적 관계로 법정공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가해자의 경우 의료기관 내부 징계 자체의 한계로 다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와 함께 근무하는 상황이 발생함으로써 피해자는 조직 구성원으로써 2차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는 것.

김 변호사는 “의과대학 뿐 아니라 일반 대학에서도 가해자들은 성폭력이나 성희롱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물증이 없으면 전면 부인하기 마련”이라며 “또 물증이 있으도 선한 의도를 증명하려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2차적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C대학병원 겸직교수 A씨가 간호사 폭행과 성추행으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징계기간에 병원으로 복귀해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한 경우가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K병원 B씨의 경우 성추행으로 벌금 500만원의 형사처벌과 감봉 3개월의 병원 징계를 받고, 퇴직했지만 기간제로 재고용돼 피해자와 함께 근무하는 상황도 발생한 바 있다는 것.

이처럼 내부 징계의 허술함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역전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즉 사회적으로 피해자는 위축되고 가해자는 오히려 당당하게 사회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대부분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지인이나 위계적 권력 신분으로 형사와 민사 재판에 어려움이 있다”며 “가해자가 지위를 이용한 주변인 진술서를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제공하는 등 증거와 증언 확보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뿐만아니라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로부터 추가적인 협박은 물론 조직의 명예를 이유로 구성원들로부터의 핍박 등의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의과대학, 의료기관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은 물론 징계위원회의 위원 구성 성비와 외부전문가 도입을 의무화해야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판단이다.

김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성교육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정작 교육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받지 않고 있다. 아마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결국 성희롱 예방교육 대상에 대한 실질화를 이루는 것이 첫 번째”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의료계 양성평등 실현과 성폭력 방지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평가에 이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여의사들의 지속적인 멘토링과 대학내 성평등 문화 구현은 물론 여성 자신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여의사회와 여성변호사회는 힘을 합쳐 성폭력 피해자들 도울 수 있도록 대응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도 계획 중이다.

김봉옥 한국자아의사회 회장(왼쪽)과 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봉옥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은 “최근 의료기관에서 여러 가지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대 여자 의사들과 여성변호사들이 머리를 맞대면 초동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료기관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했던 것들이 더 이상 묵인되지 않고, 정화될 수 있도록 활용될 수 있는 성폭력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경 여성변호사회 회장 역시 “여성들의 의료의 축, 또 법률의 축이 머리를 맞대서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가 안내자 역할로 힘을 합치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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