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일상복귀·건강회복 ‘일차진료의 몫’

의학신문사-대한가정의학회 공동 학술기획

일차진료 현장에 진료·치료 최신지견 - 5

신동욱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2만 여건의 암이 발생하고 있고, 암생존율은 70%가 넘고 있어 암치료 후 장기 생존하는 암경험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0년경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현재에는 150만명에 이르며, 이는 전 인구의 3%에 해당한다. 특히 중년이상 또는 노년으로 한정지으면 그 비율은 훨씬 높을 뿐 아니라, 전체 암경험자의 절반은 이미 5년이상 생존하여 암치료를 현재는 전혀 받고 있지 않고 암전문의료기관에서 추적관찰도 종료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의 건강관리를 일차의료에서 다루어주어야 할 필요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암경험자라고 해서 전혀 다른 건강관리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암을 겪었던 환자들은 일반인들과 다른 건강에 대한 염려나 인식을 가진 경우들이 있어 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원발부위에 대한 추적관찰= 암생존자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암의 재발에 대한 걱정을 가진다. 전통적으로 암치료 후 5년이 지나면‘완치’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5년이상 경과하면 재발의 위험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지만, 유방암 같은 경우에는 10년, 15년이 지나서 후기 재발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또한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등 상당수의 잔여 장기나 반대쪽 장기에 암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암전문의료기관에서 추적관찰을 종료한 이후에도 적절한 간격의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지침이 없으나, 보통 장기 생존한 위암, 유방암, 폐암 경험자의 경우 각각 위내시경, 유방촬영(+초음파), 저선량 폐CT가 1년마다 필요하며, 대장암 경험자의 경우 대장내시경이 2-3년마다 필요하다.

◇ 모든 암의 5년 상대생존율(1993-2014년)

◇치료 합병증에 대한 관리= 암의 재발과는 별도로 암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장기 후유증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위암으로 위를 전체 절제한 경우, 비타민 B12가 더 이상 몸에서 생성이 되지 않아서 이는 결국 주사제 또는 경구제로 보충해야 하지만, 환자들 중 상당수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악성 빈혈이나 말초신경병증, 설염, 치매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기도 한다. 일차진료의들은 흔한 암에 대한 합병증에 대해 적절한 지식을 갖추고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이차암에 대한 검진= 이차암은 암병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새롭게 발생하는 암을 의미한다. 이는 재발이나 전이와 구분되는 개념이지만 일반인의 상당수가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암진단 이후 암전문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특정 암에 대한 추적관찰만 받으면서도 본인은 그 검사들을 통해 본인에게 생길 수 있는 모든 암이 다 발견될 수 있는 것으로 믿곤 한다. 보통 암전문의들은 이차암 검진을 제공하는 것을 역할로 생각하지도, 그런 시간도 없기 때문에 다른 암에 대한 검진을 잘 챙겨주는 것이 중요하다. 암경험자들의 이차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의 암발생위험보다 10~60%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로서는 별도의 검진 권고안은 없기 때문에 7대암 검진 권고안에 준해서 권고하고, 각 원발암별 이차암 발생의 빈도, 원발암의 치료력, 가족력 여부, 흡연이나 비만 등의 위험 요인 여부 등이 고려하여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만성 질환 관리 및 예방접종=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흔한 만성질환은 암경험자라고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항암치료나 호르몬 치료의 영향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위절제술, 유방암의 호르몬 치료, 갑상선 자극호르몬 억제요법 등은 뼈를 약화시켜서 골절 위험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암경험자들은 ‘암’ 이라는 큰 사건을 겪은 후 암관리에만 집중하고 암이외의 질환은 소홀히 다루는 경우가 많다. 또한 메포민, 스타틴, 비스포스포네이트 등은 오히려 암재발 감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나, 환자의 상당수는 암치료에 대한 영향을 걱정하여 약을 꺼리기도 한다. 잦은 방문과 환자 교육이 필요한 만성 질환들을 암전문의료기관에서 모두 다루는 것은 가능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으므로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암경험자들은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보통 예방접종이 필요한 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단순히 몰라서 또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예방접종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이 있었을 때 예방접종을 받은 암경험자는 34.1%에 불과하였고, 대다수는 본인 스스로 맞았었다. 의사가 먼저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접종을 권장한 경우는 8.3%에 불과하였다고 하여 일차진료에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 2014년 주요 암종의 진단 후 경과 기간별 암유병자수

◇건강 습관 관리: 흡연, 비만, 영양 및 신체활동= 흡연과 비만, 부적절한 영양 및 신체활동의 부족 등 나쁜 건강습관은 원발암의 재발, 이차암의 발생, 만성질환의 관리 측면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조사 결과 암진단시 흡연자의 1/4이 암치료 후에도 흡연을 지속하고 있고, 채식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집착 등 부적절한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을 위한 올바른 생활습관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심리 사회적·정신적 문제에 대한 관리= 암경험자의 상당수는 불 안증, 우울증, 불면증 등의 증상이나 암치료 후 직업 상실이나 가족관계 변화를 겪게 된다. 암진료 초기에 이러한 문제들은 가장 심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나 문제가 지속되는 환자들도 상당수 있다. 일차진료에서 이들에 대해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고 적절히 항불안제, 수면제 등을 처방하면 증상 관리와 정신적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하거나, 사회복지 연결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암을 이겨낸 많은 환자들이 암 치료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지만, 암과 암 치료로 인한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문제들을 앉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암경험자들은 결국 일차의료기관으로 돌아가게 되는 만큼, 일차진료의들이 흔한 암의 치료법과 이로 인한 건강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잘 안내해준다면 이들의 지역사회로의 복귀와 건강회복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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