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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의료산업 혁신과 보상을 반영한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고,
개방과 공유 통해 새로운 융합 만들어 내야"

 

유병재 
의료기기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장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대표

최근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한 포럼과 세미나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카이스트 명예교수인 원광연 교수는 한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없다. AI, 드론, 빅데이터라는 키워드만 있을 뿐”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실 ‘3차 산업혁명’ 이라는 용어도 불과 몇 년 전인 2012년 ‘노동의 종말’의 저자로 유명한 제레미 레프킨이 ‘3차 산업혁명’을 출판하면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아직 3차 산업혁명도 끝나지 않았는데 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이렇게 열광하고 있는가.

4차 산업혁명을 관통하는 단어는 ‘하이브리드(hybrid)’라고 한다. 모든 것이 서로 융합된다는 개념이다. 의료에 있어 바로 이 융합이 가져올 세상이 더욱 놀랍고 대단해 보인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IT를 기반으로 전자정보통신 사업에 두각을 나타내 왔다.

또한 이제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만한 뛰어난 의료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그 잠재력 안에서 밝은 미래를 보고,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허구가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선 몇 가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있다.

혁신과 보상

몇 해 전 국회에선 의료기기 경쟁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 이슈가 되었던 것이 정부과제로 40억 원이 넘는 투자를 받아 6년 노력 끝에 개발한 3D 복강경이 2년간 겨우 한 대 판매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새로 개발된 3D 복강경 제품에 제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험급여는 없었고, 별도로 환자에게도 비용청구가 불가능했다. 수년이 흐른 지금 3D 복강경 대신 그 자리엔 3D 프린팅이나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중국 초(楚)나라의 굴원(屈原)과 그 말류(末流)의 사(辭)를 모은 책인 초사(楚辭)에는 ‘석계이등천(釋階而登天)’ 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다리를 버리고 하늘에 오르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을 비유한 말이다. 새로운 혁신에 상응하는 보상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사다리이다.

보상 없이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다리도 없이 하늘에 오르라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혁신이 있다면 그 노력을 인정해야만 그에 상응하는 기술의 발전과 혜택이 돌아올 수 있다.

물론 사회주의식 건강보험제도 현실에서 의료는 공공재에 더 가깝다. 더구나 지금의 보험제도는 수 십 년에 걸쳐 확고해졌고 외국에도 자랑할 만한 제도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하에서 업체는 합당한 보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를 연구 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 단계에서의 예측이 정부의 보험제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더욱 미지수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4차산업 관련 분야는 공공재보다는 산업 분야로 인식하고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보건과 의료의 고용 유발 계수는 다른 어느 산업보다 우수하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의료기기의 출현과 가치에 기반한 의료는 환자 개인의 혜택은 물론 또 다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의료산업에 있어 혁신과 보상을 반영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개방과 공유

4차 산업의 키워드는 ‘개방과 공유’ 다. 다시 말해 개방과 공유를 통해 새로운 융합을 만들어 낸다. 비록 구글글래스가 의료의 영역에서 상업화에 실패는 했지만 그 탄생 과정은 놀라웠다. 의료전문가에서부터 컴퓨터 엔지니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열린 소통과 전문성의 공유를 통해 이루어졌다.

반면에 최근 한 업체는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의 결함으로 인해 전량 리콜을 실시했다. 과연 이 제품이 상용화되기까지 수많은 연구원 중 그 결함을 눈치 챈 사람이 한명도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제 개인을 넘어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 한국의 권력 간격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에 대한 구분이 매우 명확하다. 서열은 단지 개인 사이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민(民)과 관(官)에서도 존재한다.

이제까지 산자부, 복지부, 미래부 등은 R&D(연구개발) 비용과 정책을 지원해 왔고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 관련해서 많은 목표를 내놓고 있다. 어느 부처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산자부가 지원한 연구과제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서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처 간의 협업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2017 BIO USA’ 행사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다. 한국은 다른 부처 산하기관인 바이오협회, 보건산업진흥원,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 각각 서로 다른 한국관을 설치해서 운영했다. 내년에는 개방과 공유를 통한 하나의 한국관을 보고 싶다. 그리고 미래에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보다 유기적은 부처 간의 협력을 기대해 본다.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발족 

지난 7월 12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산하에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의 발족식이 있었다. 이 위원회는 정부 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정책적 보조를 맞추고 업계가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됐다. 특별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융복합 기술이 적용된 환자중심 및 가치 기반의 의료기기개발을 활성화하고, 의료기기산업의 육성·성장을 도모하여 국가 기간산업으로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 산하에는 3D 프린팅 로봇, 스마트헬스, 빅데이터 등 4개 의료기기분과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날 발족식에는 3D·로봇·헬스케어 등 제조(수입) 분야 50여개 업체를 비롯해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특별위원회 설치에 관심과 기대를 보였다. 또한 의료기기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인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의·개념 정리, 규제·제도 개선, 개발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이제부터 위원회는 각각의 분과를 중심으로 개별업체들과 함께 각자의 구슬을 꿰어나가 하나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길에서 정부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정부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에 서 있다. 19세기의 산업혁명의 선발주자였던 일본, 영국, 프랑스는 아직도 우리 앞에 있다. 반면에 그 당시 후발주자였던 한국, 중국, 인도는 아직도 그들 뒤를 쫓고 있다. 지나간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번이 기회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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