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 박덕우·안정민 교수 “3천만원 넘는 시술비…저변 확대 발목, 대책 시급”

세계적 심장 권위자 박승정 교수팀을 중심으로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300례를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를 기념해 20일 병원 동관 세미나실에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와 안정민 교수는 국내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겸손의 한마디와 더불어 “이제는 급여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져야 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왼쪽)·안정민 교수

현재 국내 19개 센터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TAVI는 개흉수술 대신 카테터를 허벅지 부위의 동맥에 넣고 혈관을 따라 심장까지 이르게 하고, 인공 판막을 부착한 스텐트를 넣는 방식을 활용한다. 1~2시간 정도 시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나면 3~4일 이내에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동맥 판막은 심장에서 신체 전체로 혈액이 나가는 최종 관문으로 협착이 발생하는 경우 혈류의 흐름에 문제가 생겨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낮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을 무기로 초기에는 고위험군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만 사용을 했지만 점차 중증도 또는 저위험군 환자에게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최소침습’이 더해진 TAVI는 장비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전신마취에서 수면마취로 인공호흡을 위한 기관 삽관이 불필요해 지고, 경식도 심초음파에서 경흉부 심초음파를 활용하면서도 수술성공률을 95%를 넘기며 유효성과 안정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사망률과 합병증은 1%대로 낮추는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100% 수입에 의존하는 Sapien3, Evolut R 등 고가의 판막 등을 포함해 약 3200만원을 육박하는 시술 비용 문제가 TAVI 저변 확대를 막는 결정적 장벽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덕우 교수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대상 환자는 급격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시스템은 다르지만 미국·일본·독일은 이미 급여화됐고 프랑스도 병원당 갯수를 정해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 재정 문제가 있지만 스텐트 시술처럼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의 자료와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재평가가 있을 것이며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TAVI 최소침습시술 관련 하이브리드 수술실 모식도를 소개하고 있는 박덕우 교수

안정민 교수는 “해외 석학들은 TAVI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1차적 치료로 수술을 능가하며 TAVI가 불가능할 경우 수술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고가의 시술비용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계에서 한동안 큰 갈등을 야기했던 스텐트 협진 논란을 의식하듯 다학제 ‘하트팀’(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영상진단의)에서 흉부외과 교수들과의 상생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안정민 교수는 “디바이스가 아무리 작아져도 모든 혈관을 타고 들어갈 수가 없다. 흉부외과 의사들에 도움이 필요하다”며 “TAVI 시술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경우 바로 수술에 돌입할 수 있도록 흉부외과 교수들이 항상 대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박덕우 교수도 “TAVI의 시술이 늘어나며 병원 흉부외과 대동맥 수술도 2.5배 늘었다. 전체 파이를 키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부 병원에서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병원은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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