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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절벽’과 ‘탁상행정’에서 벗어날 때이다

 '출산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출생아 수가 10만명을 밑돌며 올해 연간 출생아 수는 40만명을 못 넘을 것이라고 한다. 출생아 수에 영향을 미치는 결혼도 줄고,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도 감소했다. 정부가 10여년간 100조원을 투입해 대책을 쏟아냈지만 다 헛수고였던 셈이다. 혼인과 출생이 동반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지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3월 출생아 수는 9만8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줄었다. 분기별 역대 최저치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10만명 아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출생아 수는 30만명대로 떨어질 게 분명하다. 혼인 건수도 1분기 6만8700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6%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1.17명으로 1.1명대로 추락했다. ‘초저출산’(1.3명 미만)은 우리 사회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 삶이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출산 기피는 ‘인구 절벽’으로 이어지고 고령화와 맞물려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재앙으로 작용한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6년부터 10여년간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에 100조원 가까이 투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되레 뒷걸음치는 모양새다. 청년실업 해소, 주거비 안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과 가정 양립 환경 마련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성익 부국장

 이러한 ‘초저출산’ 현상은 보건복지부(과거 보건사회부)가 셋째 아이에 대해서 의료보험(건강보험 옛이름)을 적용하지 못하게 했던 정책도 일조했다. 1983년생~1990년생의 여성인구가 급감한 것이 지난해 합계출산율 1.17명, 출생아수 ‘역대 최저’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990년대 초까지 인구변화에 대한 무능의 소치인 ‘가족계획’(둘만 낳아 잘 기르자)을 반영해 의료보장 및 가족정책을 강행했던 것이다. 이처럼 2016년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나타나면서 인구정책에 빨간 불이 켜졌을 뿐만 아니라 ‘탁상행정(卓上行政)’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금부터 향후 5년이 인구문제 골든타임이라는 인식과 저출산 시대에 알맞은 인구정책이 단순히 보육정책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자각해야하며 정책방향의 대수술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저출산 현상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인구정책을 아젠다(주제)로 설정, 산파역(産婆役)을 자임한 이는 참여정부 초대 장관을 역임한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제42대, 이하 K장관)이다. K장관은 2003년 2월 27일 취임사에서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아동의 건전 육성, 저출산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인구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혀 전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이 같은 K장관의 정책 방향에 힘입어 정부는 2005년 저출산 대책을 국가정책으로 채택했으며,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해 보육중심의 정책을 전개했다. 이후 2011년부터는 보육 확대 및 일․가정 양립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시행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설됐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격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 번 주재했을 뿐이다. 100조원을 써도 국가지도자의 의지가 없으면 정책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게 앞선 정부가 남긴 교훈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저출산대책에는 거의 모든 정부부처가 관련돼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는 14개 부처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다. 대통령이 6개월마다 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추진실적을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우에 따라선 실적이 좋지 않은 부처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고강도 처방을 쓰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3차 저출산고령사회대책(2016~2020년)에 따라 저출산에 79개, 고령화에 98개 과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방대한 업무과제를 복지부의 2개 과에만 맡겨 두는 건 어불성설이며 가능하지도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밑에 인구전략본부(차관급 기구)를 만들어 사무국 역할을 맡기는 등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때마침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가 지난 8일 새 정부의 저출산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저출산 문제를 국정의 3대 우선과제로 정하고 인구 5000만 명을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저출산 쇼크는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세우는 데 어떤 과제보다도 우선 순위를 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즉, 저출산과 인구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최우선 국정 어젠다로 삼겠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전향적인 접근방식이어서 기대가 크다.

 인구정책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다. 그런데도 과거 정부에선 구호만 요란했지 오히려 100조원의 돈을 쓰고도 출산율과 신생아 출생 수가 뒷걸음치는 결과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직장 환경 조성, 부모의 육아 비용 부담 경감,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는 시대 등의 목표를 제시하면서 전담기구 설치, 아동수당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 중 아동수당을 신설하는 데는 연 2조6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매우 심각한 만큼 수당 등 재정투입을 통한 해법 마련도 필요하겠지만 저출산은 궁극적으로는 사회 문화와 구조에 원인인 만큼 그에 걸맞은 해법에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돈이 투입되는 단기적 처방과 함께 사회적 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장기적 처방을 추진하는 틀을 만들고 장기 실천전략을 제대로 수립했으면 한다.

홍성익 기자  hongsi@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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