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과 민간의 '경쟁' 불가피…백신‧희귀의약품에서 '갈등' 전망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공공제약사’ 제도화가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발의로 가시화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경쟁을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3일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살펴보면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필수의약품관리위원회'를 설치, 중장기 계획 수립과 함께 국가필수의약품관리에 필요한 연구사업, 통계·조사사업 및 정보사업을 시행하도록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연구사업을 포함시킨 점은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의 업무와도 오버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백신개발 사업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국무총리 산하 국가필수의약품관리위원회가 설립되면 교통정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법률안은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공공제약사를 설립하고, 공공제약사는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과 관리 등의 사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공공제약사가 맡게 될 주요 사업은 국가필수의약품의 생산, 수입, 유통 및 판매이며 국가필수의약품의 수요 및 관리에 관한 조사, 국가필수의약품과 관련된 국내‧외 협력, 국가필수의약품관리정보사업까지 관장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나온 법률 제정안에서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규정되는 물품들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원회와 공공제약사가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점은 제약계가 우려하는 상황, 민간과 공공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국가필수의약품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군은 퇴장방지의약품과 백신 등인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에서 생산을 꺼리는 퇴장방지의약품을 제외하면 시장 경쟁이 발생하는 품목도 다수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희귀의약품의 경우 공급자, 즉 민간제약사들의 ‘갑질’을 공공제약사가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와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들의 틈새 시장인 희귀의약품 시장을 정부가 독식할 수 있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백신 또한 특허 기간이 지난 프리미엄 백신, 혹은 NIP에 포함된 백신 등에 대해 단가 조절을 이유로 공공제약사가 직접 생산, 혹은 원료 생산 이후 위탁 생산 등의 방법이 시도될 수 있다.

국내 제약사가 연구개발보다 KGMP 기반의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생산능력이 좋은 점을 근거로 국가 용역으로 이어지는 위탁생산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의약품대행생산업체(CMO)가 B2B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부 발주 의약품 생산이 활성화돼 매출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한다면, 일선의 민간제약사들은 위탁생산에 포커스를 맞추거나 자체 연구개발 이후 위원회 산하 연구기관에 지적재산권을 라이센스 아웃하는 전략 등을 검토해야 한다. 중견기업 이상의 규모를 가진 제약사들의 역할에 정부가 끼어드는 셈이다.

해외 사례는? 중남미‧북유럽‧사회주의 국가 등서 운영 중

공공제약사 제도와 관련하여 근거로 제시되는 해외 사례는 대부분 중남미‧북유럽‧사회주의 국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남미 국가의 경우 민간제약사의 역량이 부족해 국가 기반 제조시설에서 생산하거나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료분야를 국가가 대부분 관장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국가직영 도매상을 운영해 의약품 수급 조절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 또한 공공제약사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

북유럽 국가 중 일부는 왕립연구소 등을 설치하며 백신을 포함, 필수의약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인프라를 갖추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가 시장을 믿지 못하고 민간 영역에 개입하여 성공한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면서 “결국 혈세만 낭비하며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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