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자율성 높일 수 있어야'-제약업계 '현행관리체계로도 안전'
복지부-식약처 허가초과 보편사용 개정안 두고 신경전도

보편적 사용 승인 절차 마련을 위한 고시개정안(허가초과 보편사용안)에 대한 의료계·제약업계 입장이 각자 다른 가운데, 복지부-식약처에서도 제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제도시행을 위한 합의점 마련이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24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off label, 오프라벨)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off label) 이대로 괜찮은가?'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발제자·토론자들.

먼저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민인순 교수는 '허가범위 초과 약제의 비급여 사용 승인 제도 개선방향' 발제를 통해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보편적 사용 승인 절차 마련을 위한 고시개정안(허가초과 보편사용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었다.

허가초과 보편사용안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가 있는 요양기관 뿐만 아니라 오프라벨 약제 중 '임상적으로 보편적 사용'이 필요하다고 공고하는 약제에 대해 일반 요양기관에서도 비급여 사용 승인 신청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보편적 사용 필요하다고 공고하는 약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인정한 임상적 유용성 및 안정성이 입증된 경우로서, 사회적 요구도가 크고 보편적인 사용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공고요청기관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로 규정하며, 심평원장의 보편적 사용 필요약제 심의 기준은 △오프라벨 비급여 사용 승인 기관이 전체 임상시험실시기관 대비 1/3이상인 약제 △최근 1년간 3000례 이상인 약제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보편적 사용이 필요하다고 공고하는 약제'의 범위가 매우 불분명해 이를 특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종별 기능으로 볼 때 해당진료가 병원급이나 의원급에도 진료가 가능하고 그 수요가 상당한 경우로서 임상적으로 보편적 사용이 필요하다고 공고하는 약제'로 제안했다.

또 오프라벨 사용의 보편적 사용을 허용하는 조건의 충족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서는 학회 심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현 개선안에서 의료단체로 돼 있는 공고 요청기관을 '의학회'로 표시하거나 학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서울대학교 신희영 연구부총장이 소아암환자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소아암이나 희귀질환 등에 사용하는 오프라벨 의약품에 적응증을 표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부총장은 "오늘 논의되는 허가초과 개선안은 소아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경험에서는 매우 배부른 소리다"라며 "소아암은 암치료 성공률이 80~90%로 높음에도 약제의 60%는 다 오프라벨(허가초과)로 진료를 계속 하고있지만 마음 속에는 범법자라는 생각이 짓누른다"고 토로했다.

특히 "소아암의 경우 1년에 1500명이 치료를 받는데, 임상에서의 이익이 남지 않아 제약사에도 굳이 임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발매되는 모든 약도 소아 임상을 거쳐야하고, 이에 따른 약가메리트 등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의사의 오프라벨 사용에 대한 전문가적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며 IRB 미설치 기관에서도 오프라벨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해나가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이사는 "그동안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IRB 시스템 하에서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은 오프라벨 특징이 사전 허가를 받아 사용하기 어려운 시스템이기 때문"이라며 "현행 개선안은 IRB 작동하지 않는 부분을 커버하겠다는 측면에서 제안된 것인데 오히려 규제가 심해지는 것으로 환자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환자중심은 당연하지만 의사에 대한 신뢰감이나 의료 자존감을 내줘서는 안 된다"며 "의사들도 이미 오프라벨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입장을 대변한 한국애브비 김준수 상무는 오프라벨 임상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라는 점을 설명하며, 현행 안전관리 시스템 상에서 관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오프라벨 문제는 안전성과 접근성, 사회자원배분문제(보험급여)와 연결되는데, 제약업계에서는 많은 사회적 요구에 대한 급여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오프라벨이라도 부작용 문제는 허가범위 내에 있는 대상과 차이없이 모니터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기업이나 의약품 생존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환경속에서 개별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 입증된 효과 및 추가입증 관리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 우리나라 시스템은 안전성을 고려하면 적절한 시스템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왼쪽)과 김춘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총괄과장

마지막으로 발언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도를 두고 양 기관의 상반된 입장차이를 확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춘래 의약품관리총괄과장은 "식약처가 안전성·유효성이 인정됐다고 생각할 때에 허가 내에 진입해 전체 관리하는 제도권 내에서 사용이 보편화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않는가 생각한다"며 "그런 취지에서 약사법 개정안을 제시해 국회에서 심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편적 사용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하는 내용"이라며 "허가체게 내에서 테두리에 대해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안전성 유효성이 있다면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고시가 나오게 된 배경은 오프라벨의 허가상 한계에서 나왔다"며 "보험급여 원리가 허가에서 안전성 유효성이 담보된 후 경제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유효성이 미확보된 것은 보험적용을 어느정도 해야하는가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현재는 현장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고자 한다"며 "IRB를 없애고 현장 요구 듣되, 조건에 3천례를 적용하는 등 안전성 확보위한 위한 노력을 하고 있따. 여러 비판 부분은 재검토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결국에는 오프라벨로 많은 이해 관계당사자들과 관여자들이 리스크를 지고있는데, 보험자는 안전성유효성 확보가 안 된 급여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고, 의사들은 비용인정이 안 될 경우 비용부담과 환자 갈등이, 식약처는 관리의 책임이 있다"면서 "그런데 제약사의 책임은 너무 없어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대해서는 "안전성 평가 부분이 곧바로 허가사항 직권에 대한 재검토와 연계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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