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 재생불량성 빈혈 등 중증난치 질환에 효과 입증
이미 제대혈 ‘증식’도 가능…미래 보험 가능성 높아

제대혈은행이 허위 사실 유포와 불법 시술 등의 악재로 인해 얼어붙었다. 전체 매출은 급락하고, 업계로서는 매출 급락보다 제대혈 분야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일간보사의학신문은 제대혈 업계가 직면한 상황을 정리하고, 제대혈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이와 함께 제대혈 업계가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자 치료를 위해 어떠한 점이 보완돼야 할지를 세 차례(△악몽의 시작, 시민단체 ‘악성’ 허위 사실 유포 △제대혈 보관, 과연 효과가 없을까? △법적 장치로는 ‘한계’, ‘신뢰 회복’이 관건)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2. 제대혈 보관, 과연 효과가 없을까?

시민단체가 주장하고 일부 언론에서 인용‧재생산하며 커진 이른바 ‘제대혈 무용론’은, 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보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잃게 되는 안타까운 주장’으로 비춰진다.

제대혈이 향후 치료 가능성에 대한 ‘보험’이라는 점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이미 현재의 치료 사례만 살펴봐도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각종 혈액질환·뇌성마비 등 다양…외국은 더 많아

제대혈 보관은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는 예비 부모들에게 있어 중요 관심사 중 하나이다.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이 메디포스트에서 전시한 제대혈은행 안내 게시문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학술 논문 등 치료 근거를 가진 질환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백혈병, 골수 이형성 증후군, 다발성 골수종, 유방암, 난소암, 각종 빈혈, 부신백직질이영양증, 선천성 면역 결핍증과 루프스, 다발성 경화증 등 각종 혈액질환과 면역질환이 포함돼있다.

제대혈 이식과 관련된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빈번하고 다양하게 이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후천성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의 경우 면역억제 치료 실패 환자에게 자가 제대혈을 이식한 후 항생제와 수혈 등의 치료를 진행한 결과, 제대혈 이식 한달 후 수혈이 없어도 적정 수준의 호중성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를 유지, 100일 후에도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만의 사례를 살펴보면 30개월 여아의 신경아세포종 4기를 치료하기 위해 항암 약물요법 (chemotherapy) 치료 후 암 조직(지름 4cm)을 절단하고 자가 제대혈을 이식한 결과 24개월 후까지 재발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대만 연구진은 이미 4기 신경아세포종 환자들의 5년 생존률이 항암 약물요법과 자가 말초혈액(autologous PBSC (peripheral blood stem cell)) 이식을 같이 진행했을 때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 자가 제대혈이 조혈모세포의 공급처일 때의 효과는 말초혈액을 사용했을 때 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소아의 심장마비 후 뇌손상의 완화, 재생불량성빈혈의 완치 등의 치료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대혈 이식에 관한 대단위 연구 결과 사례도 있다. 한양대병원 이영호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 나이 55개월의 뇌성마비 환자 20명에게 자가 제대혈을 정맥 주사한 결과, 70% 환자들의 상태가 호전을 보였고, 특히 5명의 환자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향상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을 통해 업계에서는 뇌성마비 소아 환자를 자가 제대혈로 치료하는 것은 실용적이며 안전한 방법으로 잠재적인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대혈을 사용해 치료하는 질환은 비단 국내 은행뿐만 외국 제대혈은행의 마찬가지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제대혈은행에서 언급하는 질환들보다 그 종류 많은데, 이는 미국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제대혈 이식 치료 시도와 임상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그 가운데 미국의 제대혈은행인 ‘패밀리코드’를 살펴보면 암과 면역질환, 대사장애 등 수십 가지의 질환에 제대혈 이식으로 인한 치료가 가능함을 안내하고 있다.

미국의 또다른 제대혈은행인 ‘CBR’과 영국의 제대혈은행 ‘스마트셀’ 또한 비슷한 질환에 대해 제대혈을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 상태다.

이 외에도 아시아 주요 국가들뿐만 아니라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 호주 등지에서도 가족제대혈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제대혈 ‘증식’도 가능…미래 보험 가능성 높아

비단 치료를 위한 제대혈 이식뿐만 아니라 제대혈을 체외 증식시켜 세포 수를 늘리는 방법도 학술 논문 형태로 나와 있다.

Journal of Stem Cell Research & Therapeutics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MSC 층에서 배양된 제대혈 단핵구의 배양 결과 14일 배양 후 총 3.4억 개의 세포가 수집되었으며 총 유핵세포 수가 평균 15배 증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원셀론텍 연구원이 가족제대혈은행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가족제대혈의 세포 수가 적어 치료 효과가 낮다’는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로, 이미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등을 병행하고 있는 국내 가족제대혈은행의 속성상 세포 수가 적으면 증식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추론이다.

게다가 가족제대혈의 세포 수가 적다는 말 또한 현재 국내 가족제대혈은행에 보관된 제대혈의 평균 세포 수가 6.6억 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또한 문제되지 않는다.

아울러 가족제대혈 사용자가 한정적이라는 얘기는 가족제대혈을 보관한 사람이 질병에 걸려 자신의 제대혈을 쓰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당연히 기증제대혈보다 경우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의료계 관계자는 “가족제대혈은 기증제대혈과 달리 사용자가 한정적이어서 상대적인 사용률은 낮지만, 생착 능력 즉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타인의 제대혈에 비해 활용 범위가 넓기 때문에 보관 가치가 충분하다”면서 “가족제대혈은 일종의 보험 성격을 띠며, 미래 의학의 발달 가능성을 고려해 보관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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