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제대혈-가족제대혈 편 가르기도 문제...정부·업계 철저 관리 필요

제대혈은행이 허위 사실 유포와 불법 시술 등의 악재로 인해 얼어붙었다. 전체 매출은 급락하고, 업계로서는 매출 급락보다 제대혈 분야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일간보사의학신문은 제대혈 업계가 직면한 상황을 정리하고, 제대혈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이와 함께 제대혈 업계가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자 치료를 위해 어떠한 점이 보완돼야 할지를 세 차례(△악몽의 시작, 시민단체 ‘악성’ 허위 사실 유포 △제대혈 보관, 과연 효과가 없을까? △법적 장치로는 ‘한계’, ‘신뢰 회복’이 관건)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이 시행 중에 있는데, 이는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는 타 국가 수준과 비교하자면 훨씬 체계화돼있는 상태이다.

당초 복지부는 제대혈 관리 표준지침을 마련해 제대혈은행을 감독하려고 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점을 감안, 2011년에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법이 모든 것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많은 처벌 조항들이 법 안에 존재하지만 각종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꽤 된다.

이번에 제대혈 불법 시술 논란을 빚은 C병원의 경우, C바이오텍과 상호 연관된 법인인데도 불구, 법인 등록이 따로 이뤄져있어 수익사업인 가족제대혈은행은 처벌에서 비껴나고 기증제대혈은행의 국가지정 지위만 박탈됐다. 업계에선 실제로 운영을 동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 쪽만 처벌받는 것은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증제대혈은행은 기업 입장에선 수익이 되질 않는다”면서 “가족제대혈과 기증제대혈을 같이 운영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기증제대혈은 사회공헌의 개념으로 접근해 운영하고 있으며, 기증제대혈은행을 박탈당한 C병원 입장에선 (기증제대혈은행 박탈이) 그리 손해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놓고 불법을 자행하는 일부 기업도 있다. H사는 지난 2015년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소재 병원 등에 불법으로 해당 병원에서 제대혈을 환자들에게 불법 이식하게끔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 진행 중이다.

이 업체의 제대혈은 과거 경영주의 횡령으로 상장폐지된 업체의 제대혈을 확보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하나의 불법 행위가 또 다른 불법 행위로 연계되는 고리를 끊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증제대혈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배포하는 제대혈 기증 홍보영상 중 일부 이미지.

일부에서 기증제대혈과 가족제대혈을 편 가르기 식으로 나누는 경향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이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이슈 중 하나로, 가족제대혈 대신 기증제대혈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은, 그러나 공익적 성격을 띄는 기증제대혈은행 시스템이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면 무조건적인 기증제대혈 옹호만을 하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적용대상 질환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약 1만~5만 유닛 정도의 기증제대혈을 보관하게 되면 우리나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제대혈의 약 90%를 질환치료에 제대혈을 불출할 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90%의 보장률을 넘어서 기증제대혈이 국민 모두에게 100%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려면 제대혈 기증이 의무화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저장 및 보관 설비, 유지비가 필요하다. 제대혈업계는 이를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기증제대혈을 적극 활성화했던 일본의 경우, 결국 기증제대혈을 운영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퇴보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보장률을 올리는 방안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80%에서 90%로 올리는 비용보다 90%에서 91%로 올리는 비용이 기하급수로 커지는 만큼 비용효과성을 따지고 지속 가능한 기증제대혈은행 운영이 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결국 기증제대혈이 ‘사회 안전망’의 개념이라면 가족제대혈은 ‘개인 안전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신뢰 회복과 기증·가족 동반 성장 꾀해야

이미 작년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소비자 표준 약관 시정 지시를 받은 가족제대혈은행들은 제대혈은행업계의 과도한 경쟁과 편법 등이 난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H사 사건과 같이 제대혈분야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상황은, 업계 전체로서도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다시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징벌적 배상 또는 처벌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제대혈을 만병통치약으로 홍보하면서 사욕을 챙기는 일부 업자들과 제대혈을 기증하는 분들의 숭고한 뜻을 해치는 행위들이 큰 문제”라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 하겠지만, 또 한 번 이러한 이슈가 불거진다면 제대혈분야 전체의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토대로 정부와 업계가 철저해 관리해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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