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에 대한 토종 제약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 토종 제약의 불만이다. 외형 성장의 압박 속에 오리지널 제품 공동판매를 위해 토종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이용, 다국적 제약이 토종제약에 노예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들끼리 감정적 앙금이 남는 등 부작용도 심각한 상황이다.

다국적 제약에 대한 사회적 여론도 그리 우호적이 아니다.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의 비중만큼 사회적 기여도가 따라가고 있느냐는 문제 제기이다. 실제 다국적 제약은 국내 의약품 시장의 최소 30%, 많으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기준 매출실적 상위 25곳 제약 가운데 9곳이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여기에 다수의 토종 상위 제약사들이 이들 다국적 제약과 협업관계를 맺고 제품을 팔아 준다. 어떤 곳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다국적 제약 ‘상품’ 매출인 곳도 있는 등 다수의 상위 제약사들이 자체 매출의 30%~50%를 ‘상품’ 매출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다국적 제약사 임직원수는 훨씬 적다. 예를 들어 한국화이자제약은 2015년 기준 6474억 매출에 직원수는 710명 이었다. 같은 기간 5900억 수준의 한 토종제약사 임직원 수는 1900명에 달했다. 다국적 제약은 오래전에 공장을 철수하며 생산인력수를 대폭 감축했고, 지금도 툭하면 ERP(희망퇴직프로그램)라는 명목아래 적정인원수를 조정해 가며 1인당 매출 극대화의 실리를 창출해 낸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한 다국적 제약사의 교묘한 리베이트 문제가 터져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다국적 제약의 국내 진출 역사가 50년이 다 돼 간다. 한국화이자제약이 지난 1969년 중앙제약과 합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이후 바이엘코리아(1972년), 한국베링거인겔하임(1976년), 한국릴리(1982년), 한국얀센(1983년 유한양행과 합작),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1986년 종근당과 합작) 등이 이 땅에 들어왔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모임인 KRPIA는 2000년 6월 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허가받아 현재 40여개 회원사를 가진, 영향력 있는 단체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진출의 의미를 ‘한국인의 생명연장과 삶의 질 개선’ 이라고 내세운다. 여기에 윤리경영을 통한 제약산업 투명화, 국내 제약 산업 발전의 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짐한다. 과연 그런가? 스스로를 냉철하게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