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대의원 결의사항으로 대의원 직속 KMA POLICY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발족되었다. 3개의 위원회와 3개의 분과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미국의 경우 AMA POLICY위원회는 의사협회 각 부서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활동은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구성하고 있는 인적자원들도 각 직역의 의견이 골고루 반영되는 구조를 하고 있다. KMA POLICY특위가 뿌리를 내리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몇 가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 임기에 관한 사항이다. 현재 특위 위원의 임기가 대의원회의 임기와 같이 하도록 되어 있다. 특위 위원들이 한 번에 싹 교체되면 독립성과 연속성이 떨어지고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특위가 독립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외부의 간섭 없이 자유로이 policy maker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특위 위원들의 임기가 서로 달라야 할 것이다.

둘째, 특위 위원들의 구성이다. 초대 특위의 위원들 대부분이 개원의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위 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개원의들의 면면을 보면 다들 관련분야에 특출한 식견과 능력을 가진 분들이다. 하지만 개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작업에 몰두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작업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이루어 가야하는 협동작업으로, 대학에 있는 교수진들의 참여 없이는 모양새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구성원들의 자질 검증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문직업성에 대한 개념을 가진 분들이 참여했으면 한다. 물론 완벽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야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전문가적 자세와 의료윤리에 대한 개념이 확고한 분들이 참여해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의 기조에 윤리적 기초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힘든 일이겠지만 다음 위원회 구성에는 특위 위원들의 생각과 신념을 검증하는 절차가 어떤 형태로든 있었으면 한다.

셋째, 돈 문제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두 축은 사람과 돈이다. 사람만 있고 돈이 없으면 무기 없이 전쟁을 치루라는 것과 같다. 특위 전체를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운영비를 제외하고, 3개 분과위원회(법제/윤리분과, 의료/의학정책분과, 건강보험정책분과) 연구 과제비로 각 분과마다 1년에 1억 원 이상은 배정을 해야 그나마 건질 만한 결과물들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의 투자도 없이 좋은 결과물을 바란다면 KMA POLICY를 만들 생각이 처음부터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넷째, 결과물에 조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KMA POLICY특별위원회는 사안 사안에 대해 긴급히 대응하는 태스크 포스팀이 아니라 대한의사협회의 기조를 이루는 가치와 목적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는 위원회다. 신속 대응팀이 아니다.

AMA POLICY는 170년에 걸쳐 고민하고 논쟁하며 만들어진 결과물들이다. 단시간에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잘못하면 갓 쓰고 양복 입는 모양이 될 수도 있다. 시간과 돈이 들어가고 결과물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성급한 기대를 접어두어야 한다. 무딘 칼을 얻기보다는 날카롭고 확실한 칼날이 필요하다. 아무리 바쁘고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꿰어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한 번 세워두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초석을 만들었으면 한다. 초대 특위가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는 각 분과별로 운영 틀을 만드는 기초 작업을 먼저 한 후 그 틀을 가지고 각 사안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AMA POLICY 생성과정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고, 분야별 정책형성 과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다루어야 과제들을 모아 분야별로 분류한 후, 각 과제의 중요도와 우선순위(Priority)를 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통하는 정책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의사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뿐만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고 바라는 것을 귀담아 듣고 반응하는 열린 자세를 가지고 활동했으면 한다. 사회 각 직역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KMA POLICY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을 공유해 가야 한다. 소통과 공감은 정책에 생명력을 주고 힘을 실어 주게 될 것이다.

KMA POLICY특별위원회가 태산 명동(泰山鳴動) 서일필(鼠一匹)이 될 것인지, 대한의사협회의 백년대계의 큰 획을 그을 것인지, 특위의 뿌리내리기는 대의원과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결심과 지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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