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정 편집주간

새해 벽두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기관 방문 확인제도를 놓고 의료계가 시끄럽다. 이번 사태는 건보공단의 방문 확인조사와 관련하여 지난해 의사 자살사건이 잇달아 터져 야기되었지만 내용은 평소 의사회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도대체 건보공단의 방문 확인이 어떤 제도이기에 개원 의사들이 이토록 아우성을 치는 것일까.

그동안 의료계는 방문 확인제도에 대해 “말이 확인이지 ‘조사’이고, 조사 또한 강압적이며 내놓으라는 자료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하소연 해 왔다. 더욱이 개정된 SOP(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도 ‘추상적이거나 모호하여 방문확인이 종전과 뭐가 달라졌느냐’는 원성이다. 나아가 “방문확인 뒤 요양급여비용의 환수조치 등의 처분에 논쟁이 생기면 어차피 이의신청, 심판청구, 행정소송 등으로 가야하는데 그렇다면 굳이 공단의 ‘방문확인’을 덤으로 받을 이유가 있느냐.”는 논리까지 작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의료계는 방문확인의 강압성과 조사의 이중성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고, 폐지를 위해 일전불사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양급여 비용에 대한 사후관리를 통해 보험재정의 누수를 막고, 가입자의 수급권이나 건전한 의료공급자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방문 확인제도’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쟁이 있지만 건강보험제도의 건전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잘못된 관행이나 의식을 고치자는 데는 이론이 없다. 다만 고치는 방법과 기술을 다듬어 잡음을 없앨 방도가 없겠느냐는 것이다. 매사가 그렇지만 정책 목표를 달성해 나갈 때 코를 꿰어 일방적으로 끌고 갈 것인지, 방향을 제시하여 등을 토닥이며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유도해 나갈 것인지, 과연 어느 게 효율적일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동안 건보공단은 기회 있을 때 마다 방문 확인을 ‘계도목적’이라고 강조해 왔다. 진정 본질적인 목표가 ‘계도’에 있다면 현재와 같은 소모적인 방문 확인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부당청구의 유형을 사례 중심으로 제시하며 계도에 더 신경을 쏟으면 어떨까 싶다. ‘미심쩍으니 돋보기를 들여대 보자는 식’의 행정 편의적 관리를 지양하고, 정당한 방문확인이라 할지라도 감성을 발휘하여 도덕적이고 점잖게 접근해 나가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할 과제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관례가 그랬다거나, 실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무고하다며 버티기를 능사로 해서도 곤란하다. 원칙과 정도를 고수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 당당하게 법으로 맞서겠다는 소신을 가져야 한다.

마침 보건복지부는 며칠 전 의‧정 실무협의에서 방문 확인제도를 손볼 의향을 내비쳤다. 그러나 과거 방문 확인제도의 개선을 위해 보험자와 요양기관, 나아가 의료계와 정부 간 타협이 있어왔지만 일면 ‘말장난’에 불과한 측면이 농후했다. 여기서 또 제도 개선 운운하면서 관련 조항을 수사(修辭)로 포장 하는 등 고치는 '시늉'만 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보험자와 요양기관 모두가 국민건강을 섬기는 동반자로서 신뢰를 회복 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하는 일이다. 하루빨리 복지부가 나서 방문 확인 등 요양급여비 사후관리 전반에 대한 제도의 틀을 새로 구축하여 보험자와 요양기관이 ‘윈-윈’ 할 수 있는 멍석을 새로 깔아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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