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심사부장

2017년은 제약선진국 원년의 해이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계최고의 권위를 갖는 의약품국제규제협의체인‘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이하 ICH)’의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하게 되었다. 신약허가시 요구되는 기술적 규정의 표준화를 위해 창립된 ICH가 1990년부터 미국, 유럽, 일본 위주로 운영되어 오다가 2016년도 한국 식약처가 6번째 규제당국 회원국이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기쁘고 경이로운 일이다.

◇ICH 기능 및 역할 변화= ICH는 신약허가에 필요한 평가기준을 동일하게 맞추자는 선진국간 합의에서 시작된 국제회의기구로, ICH에서 만든 의약품 품질, 안전성, 유효성 분야 가이드라인은 회원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규제목표가 되었고, 그 실행 수준은 제약선진국의 평가척도로 여겨져왔다.

ICH에서는 2008년부터 비회원국 일부 국가를 ICH 회의기간 중 글로벌협력그룹(Global Cooperation Group) 소회의 형식으로 초대했다. 이에 한국 식약처를 포함하여 호주, 싱가포르, 중국, 대만, 러시아, 브라질 등의 규제당국대표, APEC 등 6개 지역대표와 ICH 회원국 및 옵저버(스위스, 캐나다, WHO)와의 공식적 국제협력시대가 열렸다. 이 의약품국제규제당국자협의체(IPRF)에서 식약처가 우리나라 의약품 규제수준과 변화 현황을 알리고, 비회원국으로서는 유일하게 워킹그룹(바이오시밀러) 의장국 활동을 하는 등 주도적 리더십 발휘를 해온 노력들이 오늘날 ICH 회원국 가입에 큰 역할을 하였다.

비회원국이 ICH 가이드라인 전문가위원회에 옵저버로 참여하게 된 것은 2011년부터로, 이는 한국 식약처와 싱가포르의 요청이 ICH로부터 1년만에 수용된 결과였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식약처는 총 17개의 전문가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제약 전문가의 의견을 ICH 가이드라인에 반영하여 왔다.

2013년 ICH는 신규회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에 착수하였고, 2015년 10월 완성된 새로운 ICH조직에서 첫 번째의 ICH 회원국의 영예를 한국 식약처가 안게 된 것이다.

◇정회원 가입 의미= 식약처는 이번 ICH 정회원 가입으로 국내 의약품 규제수준과 전문성을 전 세계적으로 확인 받았으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대등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ICH의 핵심 결정 사항은 의약품 국제규제 가이드라인 제·개정이다. 식약처는 향후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국제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ICH 전문가위원회와 국제 의약품 규제 관련 정책수립, 집행, 승인을 최종결정하는 ICH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ICH 총회 후 한국대표단과 ICH의장단 기념촬영 장면.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필자.

이번 ICH회원국 가입은 식약처가 ICH 정회원 가입요건인 필수 ICH 가이드라인에 대한 선제적 도입·실행과 그간 ICH에서의 활동을 인정받은 결과이다. 임상시험 관리(GCP), 사용기간 설정을 위한 안정성시험, 제조품질관리(GMP) 등 필수 ICH가이드라인 7종을 고시로 실행했을 뿐 아니라, 그간 ICH 가이드라인의 92%를 이미 고시, 해설서, 가이드라인 등 여러 형태로 국내에 도입하여 이행하였다(품질 95%, 안전성 86%, 유효성 90%, 복합 100%).

또한 식약처는 ICH와 공동으로 ICH 가이드라인 온라인 교육과정을 개발, 개설 3개월만에 55개국 400명 이상의 교육 이수 등 큰 호응을 받으며, ICH와의 협력신뢰도를 높였다.

최근 ICH 가이드라인의 주제가 신약의 범주에서 나아가 제네릭의약품과 허가후 품질변경관리, 일반의약품에까지 확대되어 개발되고 있어 우리나라 식약처와 제약산업의 적극적 참여가 더 요구되고 있다. 신규 국제제약단체 ICH 회원으로 가입한 국제제네릭바이오시밀러협회와 세계대중약협회에서 우리나라 제약협회 등의 주도적 참여활동이 필요하며, ICH를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세계진출을 위한 활동 플랫폼으로 삼는다는 적극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ICH 회원국에 대해 페루, 중동, 대만 등에서는 일부 허가자료와 실태조사를 면제함으로써 허가기간을 단축하여 운영하고 있고, 베트남, 홍콩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의약품 입찰 그룹이 상향조정되고 있다는 점은 의약품 세계시장 진출에 있어 ‘ICH 회원국 프리미엄’ 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해외 규제기관의 수출장벽 완화는 회원국 제품에 대한 품질 인정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그 이면에는 국제 의약품 규제를 성실하게 이행함과 동시에, 기존 회원국들인 의약선진국들과 함께 새로운 규제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책임감이 함께 부여된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정회원으로서 향후 과제= 식약처는 2017년부터 본격적인 ICH 정회원국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우선 기존 회원국, 제약협회 회원 및 옵서버 들과의 협력활동기반 정립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식약처가 APEC 활동 및 양자간 MOU 등을 통해 유지해 온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각 국의 제약협회 등을 통한 민간분야 협력도 확대해야 할 때이다.

둘째로, 신규 주제에 대한 ICH 가이드라인 전문가위원회 참여에 대한 운영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업계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견과 요구사항을 전문가위원회에 참여하는 식약처를 통해 적극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이미 선진국을 통해 만들어진 규제에 순응하던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국내 실행여건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개발되도록 주도적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산·관 협의체 운영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또한 2018년 이후에는 관리위원회위원으로 참여하여 ICH 전략수립 및 운영전반, 기획 등에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제약선진국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 현재 첫 신규회원국으로서 식약처의 선출관리위원 진출 전망은 긍정적이다.

◇산·학·관 공동 노력 필요= ICH회원국 가입의 실질적 이득은 국내 의약품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데에서 이룰 수 있다. 국제적 위상을 갖춘 제약환경 전환을 위해서는 제약업계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분야는 제약인력들의 전문역량강화 교육이다. 식약처, 오송 등 첨복단지, 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과 제약협회, 제약특성화대학원을 연결하는 ‘산·학·관 교육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증가하고 있는 국내 ICH가이드라인 교육 수요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식약처가 홈페이지(수출지원정보>의약품>ICH 활동정보방)에 ICH 가이드라인 전체 92종을 모두 번역하여 수재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첫단계이다.

또한 선진규제조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관 TF 협력을 통한 국내 규제품질 강화 및 국내 의약품 수출 지원 등도 제약업계 등과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가야 할 과제이다. ICH의 가입은 정부의 주도적 추진력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나, 이에 상응하는 우리 제약산업의 선진국 체계 전환은 식약처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우리 학계, 연구계, 산업계와 정부기관이 협력하여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이 손을 잡고, 함께 노력하여 결국 이루어 낼 것이다! 하나하나 희망이 쌓여 현실로 이루어질 진정한 제약선진국으로서의 우리의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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