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실 검토 '전기법·수도법·형법상으로 처벌 가능'…정부부처도 난색

의료기관에 대한 단수·단전 금지가 다른 관련법에서 이미 근거규정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전현희 의원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전문위원실 검토 의견이다.

현재 전기 및 수도시설의 분리체계가 갖춰지지 않는 대형 상가에 입주한 업체가 관리비를 미납하거나 임대차 분쟁 등이 발생하는 경우 건물주 등이 임의로 단전·단수조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해당 상가에 입주해 성실하게 전기·수도요금을 납부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단전·단수조치로 인해 진료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가해질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마련된 개정안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기관에 전기‧수도의 공급을 차단해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와 이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의료기관의 진료권을 보장하고 환자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입법취지는 바람직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무단으로 전기·수도 공급을 차단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근거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실익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의료기관이 개설된 건물에 전기 및 수도의 공급이 차단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우선 체납에 따른 전기·수도 공급 차단은 관련 전기사업법·수도법에 따라 이미 요금미납 등 정당한 사유 없이 공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해 개별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 내부 분쟁 발생시 건물주의 무단 공급차단은 개별법상 처벌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지만,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위원실은 그럼에도 개정안을 수용한다면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항목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않도록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사입법례로 '전기사업법'은 정해진 기한까지 요금을 미납하는 경우 등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또 집합건물에 변압기 및 수도계량기 설비 등이 개별적으로 설치되지 않는 한, 요금 미납 등의 사유로 특정 업체에만 단전·단수 조치하는 것이 어려워 사실상 해당 건물 전체에 단전·단수를 하는 것이 불가피해지는데, 의료기관 입주 시 다른 업체가 이를 악용해 고의로 요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우려되기 때문에 변압기나 수도계량기 등의 설비를 분리해 개별적으로 설치하도록 권고 조치하는 등 방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에 대한 진료권을 보호하려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으나, 이미 전기사업법과 수도법에서 동일한 내용의 금지의무와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며 "건물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단전·단수하는 경우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이 가능하므로 중복 규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환경부 역시 "수도계량기 별도 설치, 단수 사전예고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보인다"며 "학교, 장애인시설, 요양원 등 타 업종과의 형평성, 제도의 악용소지 및 수도요금 체납관리의 어려움 등이 유발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자원통상부는 "의료기관의 진료권을 보장하는 법 제정의 기본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 "현행 전기사업법도 '이미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공급을 중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시행령 등에 명시하고 있으므로, 의료법개정안과의 불필요한 상충을 피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