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평론가

면허제도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공청회가 서울과 대전에 이어 전주에서 열린다. 이번 공청회는 그 어느 공청회보다도 좋은 평을 얻고 있다. 면허제도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의사협회의 내실 있는 준비가 돋보인다. 특히 ‘의사 면허제도 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만든 제안과 각 나라의 면허관리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의료정책 연구소의 연구물은 어느 때보다도 완성도가 높은 발제들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전문가의 역할이 제대로 되어야만 국민의 건강과 의료시스템의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깨닫고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한 전향적인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관주도형 정책으로 일관하던 복지부가 합리적인 개념을 가진 전문 관료들로 채워지면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정부와 의사협회 모두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발전을 이루려는 진심이 느껴진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제안된 정책들이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요구되는 제반 여건들을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도 결연한 자정의지가 필요하고 돈과 사람이 따라 주어야 한다.

첫째, 의사들의 마음속에 자율징계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이념교육이 필요하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의사 모두가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을 기초로 한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과 면허의 의미를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 집단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인 자율교육과 자율징계에 대해 올바른 개념으로 무장되도록 모든 의사회원, 특히 의료계 지도자들과 교수들에게 이념교육이 필요하다. 의사협회는 회원들에 대한 내부 결속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율규제에 대한 이념교육을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전문가 평가단과 전문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 등의 조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마련이다. 의사직의 특성상 직접 진료행위를 해야만 하는데 진료나 교수활동 등을 접어두고 현지 조사와 대면 조사 등의 활동을 하려면 상당한 운영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조직을 뒷받침하기 위해 문헌조사 및 사례분석 등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정부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돈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셋째로 조직을 운영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중앙윤리위원회와 지부윤리위원회가 구성이 되어 있으나 구성을 보면 외부인을 제외한 의사위원들의 면면이 대부분 각 직역에서 추천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각 직역에서 맡고 있는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독립성과 공정성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윤리위원회의 공정성과 권위,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윤리위원을 맡는 동시에 다른 직책들은 모두 사임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실제적인 역량에서도 회원을 징계하는 절차적인 방법과 법리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아 보인다. 면허(Licence)와 자격증(Certificate)을 구분하는 정도를 넘어서 의학 전문직업성에 대한 확고한 지식과 철학을 갖춘 분들이 참여하셨으면 한다. 위원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은 절차적 정의와 실제적 정의를 잘 지키고 판달 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위원들을 도와 실무적인 행정절차 및 문헌 수집과 조사결과 정리 등 행정사무를 원활하게 진행할 전문행정요원들의 교육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의료계의 노력과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통해 전문가 집단으로서 신뢰받는 면허관리제도와 자율권의 정착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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