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영
식약처 의료기기 기준·심사체계 개편추진단장

손자병법에 선승구전(先勝求戰)이란 말이 있다. 먼저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전투를 하면 이긴다는 뜻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이나 조건으로 싸운다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 날 표준이 국내 외 시장에서 게임의 규칙이 될 수 있는데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기술장벽(TBT) 협정과 양자간 또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은 국가 간 무역시에는 국제표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어 국제표준을 선점한 국가는 유리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세계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게 된다.

수출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우리 기술의 국가표준을 개발하고, 이를 국제표준화기구에 국제표준으로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년 말 한국과 중국이 공동 주도한 국제 프로젝트를 통해 ‘뜸’에 대한 국제표준이 제정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 뜸의 재료와 시술 안전성 표준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통용되게 된 것이다. 표준활동은 기업의 기술력 발전에도 기여한다. 2012년에는 치과 접착용 시멘트 제품의 결합 강도시험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국내 중소기업이 시험방법의 국제표준을 마련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품질 개선과 함께 제품의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져 수출증가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작년 7월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범부처 참여형 국가표준 운영체계’를 도입하여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수행하던 산업표준 업무를 각 7개의 소관부처(식품의약품안전처, 미래창조과학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였다. 이에 따라 의료용 전기기기, 의료용 수혈기, 주사기와 카테터용 투여기기, 치과, 마취 및 호흡장치, 외과용 이식재와 기구, 휠체어 등 장애인용 보조기구, 의료기기의 생물학적 평가, 소독 및 멸균, 의료기기 품질관리, 진단검사, 한의약 등 의료제품 분야의 산업표준을 식약처가 담당하게 되었다.

업무이관 후 지난 1년 동안 식약처는 제4차 국가표준기본계획에 맞춰 2020년까지 의료제품분야 표준의 중장기 계획과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하여 기술심의회, 전문위원회 및 표준개발협력기관 등 관련 조직을 정비하였다. 전국의 의료제품 관련 연구소, 협회 및 조합, 대학 등 360여 기관에 전문가 추천을 의뢰하여 의료제품 분야 산업표준 전문가단을 위촉하였고, 워크숍을 개최하여 150여명의 전문가들이 의료제품 분야 산업표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업무계획 공유하며 표준화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기존의「의료제품기술심의회」이외에 정보통신기술 (ICT)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의료용전기제품기술심의회」를 신설하여 ICT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및 웰니스 제품의 표준개발과 국제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위원회를 11개에서 16개로 확충하여 국제문서 검토 및 투표 등 국제표준화 활동에 높은 전문성을 갖고 참여토록 하였다. 또한 산·학·연과 협력하여 국제 경쟁력 있는 의료제품 분야 표준 개발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중소 의료제품 업계의 표준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콘텐츠 및 홍보방안을 마련하고 의료기기 기준규격과 산업표준의 효율적 통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 표준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스마트 헬스케어·융복합 의료제품의 표준화 기반을 마련하고 의료기기와 경계영역 제품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의료제품 분야의 스마트·융복합 신산업에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정부지원 연구개발(R&D) 사업 및 국제표준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영향력 있는 국제표준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표준은 강제성이 있는 기준규격과 달리 이해 당사자 간 합의로 만들어지는 자율규정이므로 정부의 노력 못지않게 민간의 자발적인 표준화 활동 참여가 중요하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기업이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이며 우리나라 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세계 수준이다. 표준에 대한 높은 인식과 적극적인 참여가 보태진다면 우리 기업은 국제표준이란 날개를 달고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제품 뿐만 아니라 각 산업분야의 표준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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