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인구 300만명 시대다. 성인 3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라고 한다. 때문에 당뇨병 치료제는 날개를 달았다. 300만명이 매일 약을 복용한다고 가정하면 비록 일부 환자만의 선택을 받는 약이라 할지라도 그 이익은 상당한 셈이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당뇨병 치료제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제약사를 먹여 살리는 일등공신(?)인 것이다. 그 중 DPP-4 억제제는 한국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제다. 같은 계열의 약물이 9개까지 나온 이유는 그래서다.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중 단 몇 %만을 차지해도 수입이 엄청나다.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고 있는 DPP-4 억제제 시장을 분석해 본다.

한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DPP-4 억제제

국내 당뇨병치료제 시장 40% 이상 차지


■ DPP-4 억제제 시장 현황

현재 상황에서 당뇨병 치료제의 대명사는 DPP-4 억제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수치가 증명한다.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DPP-4 억제제의 판매액은 2015년 기준 25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이 6000억원 규모이니 DPP-4 억제제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반면 타계열 약제인 설포닐우레아(SU), 인슐린, 메트포민, 티아졸리딘(TZD) 등의 처방액은 다합쳐도 1600억원에 머문다. DPP-4 억제제 계열 하나가 다른 계열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매출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DPP-4 억제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한국MSD의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 패밀리(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의 2016년 1분기 매출액은 307억원이다.

특히 패밀리의 가장 최신 버전인 자누메트XR은 지난 해 같은 기간(2015년 1분기)보다 47억에서 68억으로 43%나 증가했다.

계열 2위인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성분명: 리나글립틴) 패밀리(트라젠타, 트라젠타 듀오)의 1분기 매출은 222억원으로 2015년 1분기 200억보다 10% 상승했다.

3위인 노바티스의 가브스(성분명: 빌다글립틴) 패밀리(가브스, 가브스메트)의 1분기 매출은 115억원으로 전년(101억)보다 13% 정도 늘었다.

그 다음으로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 패밀리(제미글로, 제미메트)는 43억원에서 올 해 98억원으로 125%나 증가했다.

이어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온글라이자(성분명: 삭사글립틴) 패밀리(온글라이자, 콤비글라이자)는 37억원에서 46억원으로, 한국다케다의 네시나(성분명: 알로글립틴) 패밀리(네시나, 네시나액트, 네시나매트)는 25억원에서 38억원으로 각각 매출이 늘었다.

그 밖에 한독의 테넬리아, 테넬리아엠(성분명: 테네리글립틴), JW 중외제약의 가드렛(성분명: 아나글립틴), 동아ST의 슈가논(성분명: 에보글립틴)도 각각 26억원, 7억원, 3800만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미비하지만 그들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모든 DPP-4 억제제 제품이 매출이 상승 곡선이라는 점이다.

더 많이 팔리고 적게 팔리고의 우열이 있을 뿐 DPP-4 억제제 시장 전체의 파이는 점점 확장 중이라는 것이다.

■ DPP-4 억제제 특징

DPP-4 억제제(디펩티딜 펩티다아 제-4)란 채내 인크레틴 호르몬의 분해를 억제해 혈당조절을 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혈당 조절에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외에 인크레틴으로 통칭되는 다양한 호르몬이 관여한다. 인크레틴은 인체가 음식을 섭취하면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대표적으로 GIP와 GLP-1이 있다. 분비된 인크레틴 중 활성화 형태는 혈중에서 반감기가 수 분에 지나지 않는데 주로 DPP-4에 의해 2개의 아미노산이 떨어져 나가면서 불활성화 형태로 바뀌고 이후 대부분이 신장으로 배설된다. 이러한 인크레틴 작용의 장애는 제2형 당뇨병 발생기전에 중요하다.

DPP-4 억제제는 특히 GLP-1의 농도를 상승시킴으로써 글루카곤의 작용을 감소, 간에서 당 생성을 줄이고 인슐린 생산을 증가시켜 혈당을 개선시킨다.

DPP-4 억제제는 췌장을 직접 자극하지 않고 혈당을 조절하는 점과 저혈당과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이 적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GLP-1 수용체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경구제라는 점 등이 많은 이의 선택을 받는 이유다.

제약 관계자는“메트포민은 위장관 부작용, SU는 저혈당 우려, TZD는 체중증가 등 계열마다 한 가지 정도씩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며“반면 DPP-4 억제제는 단점이 없어 안전하게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 DPP-4 억제제 해결 과제

잘 나가는 DPP-4 억제제에도 시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DPP-4 억제제를 장기 복용한 환자에게서 심부전 발생 위험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2013년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된 SAVORTIMI 53 연구에서 온글라이자를 투여한 군이 위약군보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이 27% 높게 나타났다. 네시나 역시 EXMINE 연구에서 위약보다 입원률이 높게는 나왔으나(3.9% 대 3.3%)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에 미 FDA는 지난 달 안전성 서한을 통해 온글라이자와 네시나가 심부전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제품 라벨에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DPP-4 억제제에 대한 또 하나의 시련은 최근에 불거졌다.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팀이 최근(7월 8일) 사람 세포와 쥐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DPP4-억제제가 대조군에 비해서 망막혈관병증을 유의하게 악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기전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DPP4-억제제가 SDF-1α(Stromal cell Derived Factor)의 분해도 억제하면서 혈중에서의 농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DPP4-억제제 투약으로 망막조직세포에서 분비하는 SDF의 분해가 억제되어 누적되면 망막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고 신생 혈관이 만들어져서 망막혈관병이 악화된다는 것이 김효수 교수의 연구 결과다. 이에 대한 의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 주요 DPP-4 억제제 제품 비교

‘자누비아 ’대표적인 DPP-4 억제제

당뇨병 치료제의 대명사가 DPP-4 억제제라고 한다면 DPP-4 억제제의 대명사는 자누비아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미FDA 허가를 받고 출시된 자누비아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DPP-4 억제제 중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이어서 자누비아 성분인 시타글립틴에 메트포민을 결합한 자누메트, 시타글립틴에 서방형 메트포민을 결합한 자누메트XR까지 자누비아 패밀리의 라인업은 막강하다.

자누비아는 DPP-4 억제제 단독요법부터 인슐린 병용요법에 이르기까지 투여가 가능하다. 또한 SGLT-2 억제제 계열 치료제인 다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에 병용 투여가 가능하다.

초기 병용요법에 있어 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고정 용량 복합제인 자누메트는 메트포르민 단독 투여 대비 우수한 혈당 조절 효과를 제공한다. 식사요법과 운동요법만으로 혈당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약물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는 12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고정 복용량 복합제 투여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의 혈당 조절 효과를 비교한 임상시험 결과, 투여 18주 후 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고정 복용량 복합제 투여군에서 메트포르민을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기저치로부터의 당화혈색소 수치 감소가 유의하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용 혈당강하제 3제 병용요법과 관련해 자누비아는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 또는 치아졸리딘디온 병용요법만으로 혈당을 충분히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 투여가 가능하다. 또한 인슐린 제제와의 병용요법에 있어 인슐린 단독 또는 인슐린과 메트포르민 병용요법만으로 혈당조절이 충분치 않은 경우 투여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 3453명을 대상으로 설폰요소제-메트포민 병용요법 대비 자누비아-메트포민 병용요법의 치료 유지기간을 평가한 오디세이(ODYSSEE) 관찰연구에 따르면 자누비아와 메트포민 병용 투여군(n=1874)의 치료 유지 기간의 중앙값은 43.2개월로 설폰요소제와 메트포민 병용 투여군(n=733)의 20.2개월에 비해 약 23개월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계 안전성을 평가한 TECOS 연구에 따르면 자누비아는 심혈관계 질환병력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투여 시 위약 투여 대비 주요한 심혈관계 질환이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MSD 관계자는 “자누비아 이후 많은 DPP-4 억제제 약물이 나오고 있지만 어떤 제품도 자누비아를 뛰어 넘는 결과를 내놓고 있지 못하다”며 “오랜 기간 많은 데이터를 통해 뭐 하나 약점이 없는 약이라는 것이 증명되었기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라젠타, 간·신기능 무관 사용 가능

트라젠타는 자누비아에 이어 DPP-4억제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트라젠타의 2015년 원외처방액은 573억원으로 단일제로는 1위다. 트라젠타 듀오의 처방액은 478억원을 기록했다. 트라젠타 패밀리 두 제품의 처방액만 1000억원이 넘은 것이다.

트라젠타는 DPP-4 억제제 중 4번째로 출시된 후발주자이지만 입증된 효과와 안전성으로 두 번째로 많이 처방되고 있다.

트라젠타가 내세우는 장점은 신기능, 간기능, 연령에 관계없이 1일 1회 단일 용량(5mg)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DPP-4억제제 중에서도 트라젠타는 유일하게 대부분 담즙과 위장관을 통해 배설되고, 5% 미만에서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신장이나 간 기능 손상 정도와 관계없이 용량 조절이 필요 없다”며 “고령 환자는 신기능 및 간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고 여러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저혈당에 취약한데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트라젠타는 유병기간, 나이, 기존 치료약물에 상관없이 일관된 당화혈색소 감소효과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특히 트라젠타듀오는 치료 경험이 없는 아시아인 제 2형 당뇨병 및 중증 고혈당 환자에서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였다.

약물 투여 전 당화혈색소가 7.5% 이상 11% 미만인 약물 치료 경험이 없는 아시아 환자 7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트라젠타듀오는 트라젠타 단독요법 및 메트포민 단독요법 대비 최대 0.87%의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를 확인했다.

더불어 트라젠타는 2013년에 발표된 메타 분석 결과 복합 투여군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치명적 뇌졸중 및 치명적 심근경색 포함)·비치명적 뇌졸중·비치명적 심근경색·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후 발표 예정인‘기존 치료제와 트라젠타의 장기적인 심혈관계 안전성을 비교하는 대규모 임상시험’과‘위약 대비 트라젠타의 심혈관계 및 신기능 관련 안전성’을 비교하는 두 가지 대규모 임상시험(CAROLINA·CARMELIN)을 통해서는 심혈관질환 안전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트라젠타 듀오는 작은 크기의 알약으로 복용이 편리해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높으며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1일 약가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이와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트라젠타 패밀리는 광범위한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효과적인 치료옵션으로 포지션을 계속 유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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