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지난 1월 26일 복지부는 2015년 시행한 자살사망자에 대한 심리부검 분석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심리부검 대상자의 93.4%가 사망 전 언어·행동·정서적 변화 등 어떠한 형태로든 자살의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이 신호를 제대로 인식한 가족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살자의 88.4%는 우울증, 알코올 사용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실제로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그 중 15%에 불과하였다.

이번 심리부검을 통해 우리는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이 제대로 된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도 자살경고 신호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나라가 12년 동안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벗어날 수 없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진 것이다. 자살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자살예방 수단인 것이다.

국민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시군구 단위에 설치되어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방문이 어렵다면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 보건소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 내 정신보건전문요원이 지역 주민들에게 쉽게 정신건강문제에 대해 상담을 해주며, 필요하다면 해당 거주 지역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또는 병원과 연계하여 전문적인 치료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참고로 정신건장증진센터는 진료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정신건강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할지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은 부담 없이 먼저 방문해보시기를 권유 드린다.

한편, 적절한 정신건강서비스를 받는 것과 함께 전 국민이 자살예방 생명지킴이(gatekeeper) 역할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살고위험군의 경고신호를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화재를 발견했을 때 소방서에 화재신고를 하듯이, 우리 가족·이웃의 자살위험을 발견하였을 때, 정신건강증진센터(1577-0199)나 정신과의원, 지역의 심리상담기관으로 적극적으로 의뢰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부는 2013년 한국형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하여, 현재까지 16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자살 예방 생명지킴이로 양성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정신건강 영역 종사자에 한정되었던 교육을 앞으로는 교사, 군인, 사회복지공무원, 통반장, 직장인 등 우리사회의 다양한 직종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우리가 심폐소생술을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국민의 기본상식으로 교육시키듯이 생명지킴이 교육도 소중한 내 가족과 친구를 살리는 기본상식으로 우리사회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우리사회에는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며, 그렇기 때문에 예방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와 현장의 자살예방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자살률을 10만명당 31.7명에서 27.3명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

자살은 우리 모두가 노력하면 막을 수 있는 예방가능한 문제다. 이제는 자살률 OECD 국가 1위의 오명을 벗기 위해 전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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