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병원을 만들자

감염병 관리 건축단계부터 고민하자!

원내·원외 환경 고려한 환기 시스템 만들어야
국제병원의료박람회 병원 건축 리모델링 포럼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병 걸린다’는 병원 원내 감염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모든 의료기관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원내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지만 상당수 의료기관이 아직도 병원내 감염에 대해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감염병 전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건축 단계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0~13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병원의료산업 및 의료기기 박람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병원 신증축 리모델링 포럼’은 그래서 눈길을 끌었다.

의료계와 건축계 그리고 환경계 전문가들이 나서서 환자들의 건강을 생각한 건축물, 환기 시스템, 원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과 오염물을 처리하는 친환경병원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친환경병원 통해 원내 감염 차단해야

조준영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조준영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올해 메르스 사태에서 질병 감염자의 44.1%가 병원 환자였고, 환자 가족이 34.9%, 의료진은 12.4%로 원내에서 감염됐다”며 원내 감염의 현실을 전했다.

조 교수는 “원내 감염을 막는 병원 건축 계획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병에 걸렸을 때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친환경 병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양 유럽 병원들의 경우 사람의 치유력을 높여줄 수 있는 초록식물이 많은 정원을 병원 내부에 놓는 것을 건축 단계부터 고려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면역력을 키우는데 집중한 병원 건축 개념은 중세의 독일 수녀 힐데가르트(1098)가 주장하면서 유럽 의료계에서는 익숙한 개념이지만 이를 도입한 국내 병원 건축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서울의료원의 경우 의료진의 동선과 환자 및 폐기물 동선이 확실히 분리돼 있으며, 수납 공간과 병실이 분리돼 있다”며 병원의 폐기물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이를 통한 병 확산에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 Houghton Primary Care Centre, UK

실제로 유럽병원에서는 이와 같이 청결하게 유지돼야 하는 동선과 오염 동선을 분리해 병원을 건립하는 것이 프랑스 라리브아지에르 병원(1854년 완공)때 부터 적용돼 왔다.

서울의료원은 중앙입구에 관리동을 배치해 동선을 나누고 병동과 병동 사이에 정원을 배치하는 등 유럽에서는 이미 100년 전부터 인식한 감염예방과 친환경적인 건물 관리 개념을 실제 건축하는 계획 단계에서 반영했다.

◇원외환경 고려한 환기시스템 중요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원내, 원외의 환경을 고려한 환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 강연회에서 “감염병 바이러스는 머리카락을 백등분하고 다시 백등분한 정도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이것을 완벽하게 잡아내기란 불가능하다”며 “공기오염물질에 대해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음압병실과 제대로 된 환기 시스템을 운영해야 2차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압의 절대치를 ‘화장실→병실→전실→복도’ 순으로 만들어 화장실이나 병실의 오염 공기가 전실로 유입되지 않고 병실 공기가 바로 밖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균은 한 번 몸에 침입하면 약 30시간이 지나야 가라앉기에 몸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에 처음부터 균류의 이동경로를 고려해 2차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만약에 균이 침입한 환자가 병실에 있을 경우 공기오염도가 계속 높아질 수 있기에 공기 정화 능력이 큰 3종 환기방식을 사용해 원내 뿐만 아니라 오염된 공기가 밖에 나가 원외로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며 주변 환경을 고려한 병원 환기 시스템을 강조했다.

김 교수의 이런 지적은 메르스 사태 이후 원내 감염에만 주목했던 의료계의 시각에서 벗어나 원외 감염에도 주의를 기울인 문제를 더 넓게 바라본 시각이라 할 수 있다.

◇감염-비감염 환자 병실 다른 정화필터 사용해야

이송우 (주)우원 본부장
이송우 ㈜우원M&E 본부장은 “국립 M병원은 목욕시설에서 나온 물이 오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격리병실의 물을 10분 이상 재가열해 완전 멸균해 방수하고 있다”며 “이같은 조치가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주변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창원 G병원의 경우 감염 환자와 비감염 환자의 병실에 다른 필터를 사용해 원내 및 원외 2차 오염 방지를 하고 있다”며 “원내 감염병 확산뿐만 아니라 원외 주변 환경도 생각한 병원 운영을 해야 한다” 말했다.

이 본부장은 “창원 G병원은 장례식장에서도 환기를 강조해 분향실에 배기팬을 설치해 식장 안에서의 취기가 복도나 다른 공간으로의 확산을 방지하고 있다”며 “분향실 뿐만 아니라 부검실, 안치실 입관실에서도 3종 환기 시스템을 설치해 오염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일반 병실의 경우에도 창원 G병원은 격리병실처럼 자외선 살균장치를 설치해 공기오염도를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일반병실의 공기오염도를 낮추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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