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평론가
원격진료가 성공 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의료계가 반대하기도 하지만, 이 제도가 누구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이다.

정부가 하는 정책이란 크게 두 가지다. 의료계가 원해서 하는 것과 정부가 원해서 하는 것이다. 양자가 동시에 원하는 정책도 있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그런 정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정책이 정부가 원한다고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의료계가 원한다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최근 들어 의료에 관한 정책들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양자 간에 합의가 되지 않아서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되지도 않을 정책을 왜 밀어붙이는 것일까? 정부 관료들의 자만심 때문이다. 관료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보니 단편적 정보를 갖고 있는 국민을 가벼이 여긴다. 그러나 사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라는 것들이 서류상의 통계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통계는 만드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그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진실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그들만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의 뿌리가 깊다. 그래서 뭐라고 애기를 해도 듣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이 있다. 잘못된 진실을 진실이라고 믿고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까지 있는데 힘까지 있으니 말릴 방법이 없다. 그래서 그들이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아마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일도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져야할 책임이 없다. 잘해야 한 부서에 1년에서 2년 있는데 업적으로 평가 받는 구조가 아니다. 그야말로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다.

최근 들어 관료들의 의료계 망신 주기가 도가 넘었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보험 수가 하에서 의료기관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별로 없다. 정상적인 진료로는 유지를 할 수가 없으니 편법 내지 범법의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약을 둘러 싼 잡음이 대표적 망신주기의 하나이다. 비급여가 없는 개인의원을 그물로 낚아서 선심 쓰듯 선별처리 하는 것도 의사 망신주기와 다르지 않다.

의료계에 대한 망신주기는 그것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느닷없이 전문의시험 관리를 대한의학회에 줬다. 그것 때문에 대한의사협회와 의학회가 불편해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을 허락 한다는 법을 발표했다. 어떤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해서 유지하고 싶지 빵이나 커피를 팔아서 병원을 유지하고 싶어 하겠는가. 의사에게 커피 팔아서 살라는 얘기다. 한술 더 떠서 호텔업을 허락한단다. 의과대학 졸업하고 힘든 전공의시절을 지낸 의사들에게 여관해서 먹고 살라고, 그것도 하도 불쌍하니 허락을 했단다. 망신주기가 도를 넘었다.공무원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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