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실천현장을 가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잔반 줄이면 후식이 푸짐해요!

전직원 식판 싹싹 비우는 ‘잔반 zero 데이’ 큰 호응

▲ 올해 4월에 열린 상계백병원 ‘잔반 ZERO 데이’
한낮 점심시간의 병원 내 식당, 먹는 시간만큼 즐거운 시간도 없지만 이 시간을 좀 더 기다려지게 만드는 이벤트가 있다.

매달 상계백병원에서 열리는 ‘잔반 zero 데이’, 전 직원이 구내식당으로 달려가 식판을 싹싹 비우는 ‘공식적인’ 날이다.

오늘의 인기 상품은 모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역전의 용사처럼 포만감 가득한 배를 슬슬 문지르며 나오는 직원들 손에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포함, 다양한 후식 선물이 들려있다.

후식을 받은 이나 주는 이나 함박웃음을 머금은 모습. ‘잔반 zero 데이’는 상계백병원이 친환경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회심의 이벤트’다.

경비절감·복리후생 생각하는 ‘역발상’

2009년, 상계백병원은 늘어만 가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으로 인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여기에다 2009년 6월에 음식물 처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각 부서 공문 하달과 강제적 지도 감독 등을 동원해 경비절감을 생각했던 것과 달리, 상계백병원은 투자를 통해 경비 절감과 직원 복리후생을 고려하는 역발상을 추진했다.

▲ 상계백병원 ‘ 잔반 zero 데이’홍보 포스터. 영양부는 자칫 의무감으로 흐를 수 있는 캠페인을 전 직원이 즐기게끔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잔반을 남기지 않는 직원들에게 후식으로 브랜드 매장의 커피를 지급하자는 아이디어. 상계백병원의 ‘잔반 zero 데이’는 이렇게 시작됐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평소 배출되던 잔반량 45kg을 무려 22% 수준인 10kg으로 줄였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환호하며 매달 후식으로 브랜드 커피를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병원 측이 커피를 구매한 대금은 잔반량을 줄여서 아낀 돈으로 충당됐다. 영양부에서 직원분들이 남긴 잔반량을 비용으로 환산하니 약 900명에게 후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 산출됐다.

이렇게 직원들이 줄인 잔반은 다음달엔 제철 모듬 과일로 돌아왔다.

‘잔반 zero 데이’의 효과는 평소 식습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은 그 날을 위해 연습하듯, 잔반을 남기지 않는 식습관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점심식사부터, 차츰 아침과 저녁식사까지 직원들은 잔반을 남기면 찜찜한 수준으로 발전해갔다.

친환경병원, 즐거워야 롱런

병원 영양부의 노력과 직원들의 협조를 통해 롱런하고 있는 ‘잔반 zero 데이’가 햇수로 만 5년을 넘기게 됐다.

이제는 일상의 축제로 자리 잡은 ‘잔반 zero 데이’에 대해 직원들은 ‘환경보호는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즐거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무감으로 하는 일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불편하지만, 생각 하나 차이로 부담스러운 일을 즐거운 축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병원 관계자는 “신입 직원이 들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잔반을 남기지 않도록 유도한다”면서 “신입에게 식사 후 손에 과일이라도 쥐어주면 좋아라 하면서 알아서 식판을 싹싹 비운다”고 설명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온 직원이 즐기며 만들어가는 친환경병원. 생각의 작은 차이가 큰 결실을 가져다준다는 교훈을 상계백병원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인터뷰| 김영순 상계백병원 영양과장

스스로 움직이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

상계백병원 구내식당에는 직원들의 식사 모습을 항상 모니터링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영순 영양과장<사진>이다.

김 과장은 직원들의 식사 모습을 관찰하며 항상 피드백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모습으로 인해 김 과장은 상계백병원 잔반 제로 문화를 정착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 결국은 스스로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 만들기가 중요합니다. 직원의 감성을 움직이는 홍보 전략이 주효했다고도 볼 수 있죠.”

김 과장이 상계백병원에 부임한 2009년부터 상계백병원 영양과는 잔반 줄이기에 대한 직원들의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영양사가 틈틈이 홍보물을 만들고, 영양 균형을 맞추는 기본까지 충실히 지켜냈다.

이런 노력은 원내에서도 인정 받아 영양과는 QI실 직원만족도 조사에서 항상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직원 한 사람 당 100g의 잔반을 줄이고 있는 상계백병원은 덕분에 즐거운 후식을 즐기며 식사 만족도까지 같이 올리는 부대효과도 누리고 있다.

“ 영양과는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직원들의 영양섭취와 친환경병원 만들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대물림처럼 잔반 줄이기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직원 스스로가 움직이게끔 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안치영 기자

‘친환경병원 만들기’ 캠페인은 건강산업 글로벌 리더 녹십자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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