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과 민간 잠수부들은 구조 활동을 위해 산소통을 짊어지고, 국민들은 십시일반 모아 현장에 필요한 생필품을 마련하고, 실종자 가족들과 구조에 힘쓰는 봉사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 등 각 분야에서 희망을 전하고 있다. 진도뿐 아니다.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디서나 오감은 그들에게 향해있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된 지 7일이 지났다. 구조된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정서적·심리적 안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일 뉴스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걱정과 전문가가 나와 그들의 심리적 상황, 앞으로의 스트레스 반응, 불안장애 등 심각성을 언급하고 있다. 뉴스를 보며 당연 고개를 끄덕이고 남겨진 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조속히 해결해 주길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다.

과연 그들의 심리상태를 단정 지을 수 있나?
적극적인 심리지원을 위해 진도체육관에 '전남재난심리지원센터'가 지난 16일 설치되었다는 소식에 기뻐함도 잠시 4일만 인 20일에 철수되었다. 뿐만 아니라 진도 팽목항에 설치된 '위기상담심리센터'도 실제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분명 조기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것은 맞다. 초기 증상에 대한 인지적 평가는 장기적인 심리적 증상과 관련 있을 수 있는 중요한 변인이다. 외상 초기의 적극적인 심리적 개입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개입에 귀중한 기초 역할이 된다. 하지만 왜 적극적인 심리지원을­적극적으로­받지 않는 것인가? 이에 심리지원 서비스 실시에 대해 대상자들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실종된 가족의 구조를 기다리며 먹지 못해 '배고픔'과 밤낮을 뜬 눈으로 지새운 '수면부족' 그리고 가족을 찾아 목 터져라 울부짖는 그들의 슬픔과 고통, 울분을 무엇으로도 명명할 수 없다. 그러기에 제대로 진단 평가없이 단정지어버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부끄럽기만 하다.

산업화·도시화·국제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재해나 인재와 관련하여 최소한 일반인 약 10% 이상이 일생 동안 외상적 사건에 노출된다. 심각한 사건 자체가 일차적인 원인이 되지만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두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현에 있어 사건 경험 전의 심리적, 생물학적 사전 요인이 관여된다고 한다.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현에 있어 외상의 강도와 개인적 소인의 영향이 밀접한 연관이 있고 피해자에 치료와 지원, 사건의 수습, 책임 소재, 보상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인 영향도 받게 된다.

성급한 심리지원보다 ‘희망지원’이 중요
그들의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의 노력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속적인 상담의 효과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신속한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일주일 째 가라앉아 형체도 보이지 않는 세월호를 바라보는 그들에게 최대의 정서적 지원은 "생사"의 여부이다. 내 자녀, 내 부모, 내 친구가 차가운 바다 속, 깜깜한 배에 갇혀 있는데 본인 마음의 안정을 찾을 이는 없다. 구조에 힘써 마지막까지 그들의 근본적인 불안감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신뢰성 회복이 필요하다. 지각된 사회적 지지의 부족이 불안 증상을 가중시키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계속되는 오보와 석연찮은 대책안, 미숙한 대응은 불신을 만들었다. 세상의 공정과 안전에 대한 부정적 신념은 외상 관련 불안증상을 야기 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책임지고 국민의 안전에 대한 신뢰성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

셋째, 국민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온 국민들이 대리 외상 후 스트레스로 극심한 불안감과 우울감에 빠져있다. 생존자들이 느끼는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과 사건을 바라본 국민들의 심리적 충격이 도미노처럼 부딪혀 쓰러지며 사회적 트라우마로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휩쓸리지 않고 그들의 옆에서 지켜주어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해결방법, 나아갈 방향, 희망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 형성에 많은 어려움을 보이는 이들을 수용하고 포옹할 수 있는 건강한 지지자 역할이 되어주어야 한다.

세월호 생존자와 실종자 가족은 우리의 가족이고, 스승이자, 친구요, 동료이다. 우리는 그들이 주저앉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힘써야 한다. 그 중 정서적·심리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신중하게 다가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그들의 슬픔을 성급하게 정의내리면 안된다. 우린 그저 그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기다려야 한다. 언제든지 그들이 손 내밀면 손을 잡아줄 지지자가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정서적·심리적 지원인 것이다.

심효정

의학신문 부설 인지발달연구소 아이맘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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