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고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를 기쁨과 설렘으로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걱정과 근심으로 맞는 사람도 있다. 아마 의료계는 후자 일 것이다.

정부는 최근 의료계와 상의 없이 대체조제를 하는 약국에 인센티브 제공하는 고시를 시행했다. 싼 약을 쓰도록 유도해서 약제비를 줄이려는 시도의 하나지만, 의약분업의 근본을 훼손하는 사안이다. 결국‘성분명 처방으로 가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아직 최종 판결이 난 것이 아니라 해도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판결도 있었다. 판단기준이 환자에 대한 위해성 여부라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우리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것은 기기사용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진단과 치료의 문제점 때문이다. 현대의학 이론에 바탕을 두고 개발된 의료기기를 전혀 다른 이론의 의학으로는 어떻게 해석하는 지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위해성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한방도 물리치료사를 고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방이론대로라면 물리치료사대신 옛날에 있던 침구사를 부활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이는데, 현대의학에 바탕을 둔 물리치료사를 고용하게 한다는 것은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혼란스럽게 하는 사안이다. 그뿐 만이 아니다. 민간자격에 머물고 있는 미술 심리상담 치료사나 음악심리지도사와 같은 유사의료업종을 국가면허로 바꾸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의료를 둘러싸고 다양한 민간자격증이 범람하고 있는데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은 유사의료 자격증의 남발은 의료와 유사의료의 범위를 모호하게 할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종합병원도 위기다. 우선 3차 의료기관 수를 대폭 줄인다고 한다. 서울지역에 있는 15개 상급종합병원 중 7개 병원만 지정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탈락하면 종별 가산료와 특진비를 받을 수 없다. 직격탄을 맞는 셈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병원들은 의료수입보다는 장례식장, 매점 등의 의료외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어 여기서 탈락한다면 생존자체가 불투명해 진다. 상급병원으로 남아 있는 병원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특진비율 감소, 중증 질환의 급여화, 상급병실료 차액 급여화 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도 만만한 사안이 없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의사와 한의사의 경계, 의료와 유사의료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의약분업의 근본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들이다. 정부가 무엇을 의도하던 그런 정책들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번 망가진 제도를 바로 세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의료문제에서 의료계를 소외시키고 진행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도 묻고 싶다. 지금의 정부 행태는 이왕 가는 거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번 정부의 불통이 의료계에서는 더욱 심한 것 같다.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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