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성
대전식품의약품안전청장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의 청장이 되기 전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필자는 의료제품안전과의 과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모 제약기업이 대전청 관내인 충남 당진에 의약품 제조소 이전을 진행 중이었는데 업체에서는 제조소 이전에 따른 제조업 변경허가와 품목 변경신고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래서 우리 인허가 민원업무 담당자들과 함께 직접 해당 제조소를 방문하여 현황을 파악한 후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민원을 처리해서 업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해 준 적이 있다.

2012년 6월, 청장으로서 다시 대전청에 부임하고 보니 제약산업에 있어 대전청의 역할이 참 많이 중요해졌음을 느낀다. 우선 전국 의약품 제조업체 중 약 20%가 대전청 관내인 대전·세종·충청권에 소재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인천 지역을 관할하는 경인청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2012년 의약품 생산실적을 기준으로 국내 10대 제약기업 중 7개사, 30대 제약기업 중 14개사가 관내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는 상위 30대 제약기업이 의약품 생산실적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전청 관내 제약기업들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2010년 11월 식약처의 충북 오송 이전과 각종 제약관련 산업단지 조성으로 제약기업들의 대전청 관내로의 이전은 가속화되어 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작년까지 대전청 관내에 제조소를 이전·신축한 제약기업이 15개소에 달하고, 올해까지 10여 곳의 제약기업이 추가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산업이 과당경쟁 등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소를 이전 신축한다는 것은 단순히 제품 생산 장소를 변경하는 문제가 아니라, 선진 제약시장으로의 수출을 위해 수준 높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즉 선진 GMP를 구현할 수 있는 시설과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아주 중차대한 일이며, 해당 업체의 흥망성쇠가 달린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성공해야만 비로소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으로 국내 의약품을 수출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레드오션이 돼버린 국내시장을 벗어나 선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때에 규제중심의 행정은 국내 제약산업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의약품 안전관리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 마디로 ‘발전하지 않는 산업에는 안전관리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 대전청은 이미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방안으로 관내로 이전해 오는 제약기업이 차질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2011년부터 매년 ‘의약품 제조소 이전 노하우 공유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전․신축을 완료한 업체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에 전수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이전․신축에 따른 행정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대전·세종·충청권 제약산업의 발전 추세를 볼 때 향후 국내 제약산업의 중심을 넘어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국제적 거점지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하며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전·세종·충청권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제약기업들에게 대전청은 언제나 열려 있다. 열린 문으로 들어와 제약산업 발전의 주역이 되고 그 결과 의약품 안전관리도 이끌어 가는 선순환구조에 동참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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