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은 지난 2008년 처음 99.1%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이래로, 2010년 84.3%, 2011년 55.7%, 2012년 43.5%, 2013년 39.7%까지 급락하였고, 2014년에는 20%대 지원율이 예상될 정도로 최악의 상태이다. 늘어나는 업무에 그나마 이미 들어온 비뇨기과 전공의도 중도 포기하고 나가고 있고, 이미 나온 비뇨기과 전문의조차도 폐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비뇨기과 존폐의 위기다.

이러한 비뇨기과의 위기는 당연히 국민 건강의 심각한 위기로 이어진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 중이다. 나이가 들면 비뇨기과 질환은 크게 증가한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에는 50%, 70대에는 70%가 경험하는 질환이며, 전립선암은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암으로 곧 남성암 중 가장 흔한 암이 될 질환이다. 전립선암 뿐 아니라 방광암, 신장암도 증가 추세이며, 이 3개의 비뇨기과 암은 이미 남자에게 가장 많은 10가지 암에 해당한다. 여자 환자의 경우도 70세 이상의 경우 70% 이상이 요실금 등 배뇨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환자들은 누가 치료를 할 것인가?

이미 비뇨기과 의사 부족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비뇨기과 질환을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치료받지 못하고 다른 과 의사에게 치료 받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부족한 비뇨기과 인력은 그나마도 서울·경기 지역에 편중되고 있어서 지방의 비뇨기과 환자들은 병이 커지고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서울·경기 지역도 이미 몇 개 대형 병원을 제외하고는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교수가 당직을 서고 비뇨기과 응급환자를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누적된 비뇨기과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비뇨기과 진료의 대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비뇨기과 전문의를 만드는데 4년의 수련기간과 대부분 3년의 군복무가 필요한 국내의 현실에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수년 뒤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뇨기과 의사의 위기, 환자의 위기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보험수가 저평가와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원인이다. 지나치게 낮은 비뇨기과 진료 수가로 인해 일은 힘든데도 다른 의사 대비 수입도 나쁘고 그나마도 취직이나 개업이 어렵다. 또한 많은 환자들이 전립선비대증이나 요실금·방광염 등 비뇨기과 질환을 다른 진료과에서 치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비뇨기과의 고유영역이 줄어들면서 전공의 기피현상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부에서 의료 정책을 조절하는 국내의 상황에서는 정책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 심하게 저평가되어 있는 비뇨기과의 보험 수가를 높여서 현실화 하고 비뇨기과 질환은 비뇨기과 전문의만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수가가 가산되도록 하는 등 비뇨기과의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산부인과·흉부외과·외과 등이 한때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었으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회복 중에 있다. 이는 아이를 낳고, 심장 수술을 하고, 맹장수술을 하는데 국내 전문의가 없어서 외국에 나가서 하거나 외국인 의사를 국내에 수입하여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질환들은 흔한 질환이 아니라 일부에서만 경험하는 질환이다. 반면 비뇨기과 질환은 나이가 들면 거의 모든 사람이 경험하게 된다. 늘어나는 비뇨기과 질환, 누가 치료할 것인가? 이대로라면 모든 국민이 겪어야 할 위기상황이다.

이 형 래 교수
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 경희의대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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