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

ㅣ저 자ㅣ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희재 역)
ㅣ출판사ㅣ해냄
ㅣ발행일ㅣ2007. 11. 20
ㅣ페이지ㅣ227쪽

ㅣ정 가ㅣ

13,000원

| 출판사 서평 |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업무만족도가 별로 없을 때, 직장인들은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반면 카드 게임을 하든 골프를 치든 편하게 놀 때는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느냐’, ‘놀이를 하느냐’가 아닌 어느 만큼 ‘몰입해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몰입의 즐거움』은 1997년 국내에 첫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20만 부가 판매되면서 인문교양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일상의 새로운 행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벼운 자기계발서에 지친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선사해 왔다.

쉼표의 순간에는 정신적인 수고가 필요없는

일을 택하는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일과 일 사이에 쉼표 찍는 기술도 있어야

박제선 공중보건의사

제주 조천보건지소

한때 몰입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들이 물고기를 유혹하는 미끼처럼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렸었다. 이에 나도 미끼 물듯이 미하엘 칙센트미하이가 쓴 몰입이란 책을 빌려 보았었다. 마침 공부에 집중도 안 되는 시기여서 혹시나 해결책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책을 펴 보니 흥미로운 주제였다.

몰입이란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원하는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다. 이를 지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잊고, 누가 나를 소리쳐 불러도 집중하여 들리지 않는 상태라고 이해했다.

게임하느라 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말도 들리지 않는 상태, 축구 중계 보느라 마누라의 애 보는 걸 도와달라는 외침도 들리지 않는 상태 말이다.

미하엘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은 좋은 것이며 심지어 몰입 하는 순간이 행복이고 종교에서도 추구하는 경지라고 까지 주장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오로지 몰입을 위해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는 외과의사의 몰입에 관해서도 조사했다. 매우 긴 수술시간을 버텨내는 몰입의 힘을 파헤쳐보자는 것이었을 게다.

나도 의과대학 시절 간 절제 수술이나, 신장 이식 수술처럼 오래 걸리는 수술 참관을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다리가 아프고 집중도 잘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토록 집중해서 수술하는 교수님이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보니 '몰입하여 수술하는 외과 교수님의 시간은 빨리 갔겠지만 관찰자인 나는 몰입이 잘 되지 않아 힘들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몰입' 이란 단어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몰입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몰입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리라.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며 살면 하루가 후다닥 지나가며 일의 성과도 올라간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역시 결국 '일에 미쳐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류의 권유일지 모른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몰입은 좋은거야! 미쳐서 살아보자!' 하지만 직접 몰입하는 삶을 실천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무엇인가에 집중해 있는 상태는 그 찰나의 순간은 만족스럽지만 집중이 끝나면 매우 피곤했다.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전편을 하루에 몰아보는 게 얼마나 재미있으며 몰입을 필요로 하고 또 그 몰입이 끝나면 얼마나 피곤한지를 알 것이다.

좋아하는 일도 이런데 하물며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몰입이 끝나면 얼마나 피곤할까를 생각해 보라.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듯이,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다. 몰입도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몰입하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몰입하면서 개인의 성공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일하려면 일과 일 사이에 쉼표를 찍는 기술도 하나쯤 개발해 놔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혹자는 그 쉼표의 순간에도 몰입하는 일을 선택한다. 이는 몰입을 몰입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다. 쉼표의 순간에는 정신적인 수고가 필요 없는 일을 택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물장구치듯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취미 하나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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