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노래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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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대며 지나가는 출근길에서
가로수 하나 점 찍어두었다가
저문 어느 날 그 나무 위에
새 둥지 하나를 만들어 놓아야지.
살다가 어지럽고 힘겨울 때면
가벼운 새가 되어 쉬어가야지.
옆에 사는 새들이 놀라지 않게
몸짓도 없애고 소리고 죽이고,
떠다니는 영혼이 아는 척하면
그 추운 마음도 쉬어가게 해야지.

둥지의 문을 열어놓고 무엇을 할까.
얼굴에 묻어 있는 바람이나 씻어줄까.
조건을 달지 않으면 모두가 가볍군.
우리들의 난감한 사연도 쉽게 만나서
당신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해도
이제는 아프지 않은지 웃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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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연세의대 및 서울대 대학원, 미국 오하이오 아동병원 방사선과 과장 역임.

현대문학 등단(1959).

영혼이 떠돈다. 그 영혼이 부르는 노래 어쩌면 그 영혼을 부르는 노래. 그 떠도는 노래를 영혼의 노래라 한다. 되도록 내려놓고 소리 죽여 움직이지 않고 침잠(沈潛)할 때 너와 나의 안팎은 극도로 맑아진다. 시인(詩人)의 영혼처럼 시인의 대화처럼. 허둥대는 것과 떠도는 것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견고한 정률(定律)[어떤 관찰에서 얻어진 사실이 다른 경우에도 인정되어 일반화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선 거의 같다. 결국 매일매일의 오고 갈 길을 찾아야 하니 어지럽고 힘겨운 난감함이 클 수 밖에 없다. 온 육신과 정신이 활활 이리 뛰고 저리 날아다니던 의업(醫業)의 기력(氣力)도 누구에게나 똑 같은 길이에 놓인 저녁과 또는 한 생애의 어둘 녘엔 사연과 조건들이 가득 묻어 무겁고 어지러워진다. 진료실 한 귀퉁이에 새 둥지 하나 걸어 놓길 권한다. 바람 함께 밀려오는 세파(世波)에 지쳐 난감하여 흰 가운 속으로 머리 파묻고 구별을 갈구하는 영혼의 둥지를 권한다. 시인의 정녕 맑은 언어를 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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