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김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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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는 모두 구애의 행동방식이 다르다
그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접근했다
설사 잘못되더라도
체면에 그리고 법률적으로도 크게 문제되지 않도록

모른체하는 걸까 모르는 것일까는
중요하지 않았다
받아들여지느냐 거부되어지느냐의 문제였다
강공과 회유가 유려하게 섞인
참을성 있는 방식을 선호했다

방법에 너무 고민하다 시간이 다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구애를 위한 아름다운 과정이었다고
결코 단념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믿고 있었다
이 험한 세상에 그의 확신은
석양처럼 빛났다

그러나 석양은 곧 어둠에 덮여 지워지고 말 것이지만.
측은한 그는 또 내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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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곤: 전북의대, 대학원 졸업. 전북의대 소화기 내과.

청년의사 신춘문예(1994), 시대문학 (1995) 등단.

방법에 매달리면 숙달은 되지만 반드시 목표를 성취하는 건 아니다. 특히 구애(求愛)를 작전으로 연단하여 익숙해지면 작업의 달인으로 등극할 순 있으나 목표 쟁취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나 구애는 사랑을 구하는 일 그 자체이지 목표 달성을 반드시 염두에 둘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구애는 그 과정과 그 방법이 더 값지게 여겨진다.
무형의 무언가를 구한 다는 일은 믿음의 한 가지 표현 방식이며 동시에 믿음을 바탕돌 또는 징검돌로 한다. 모든 믿음은 내가 믿는 것이 아니라 믿어지는 것이다. 믿음의 주체가 ‘나’인 것으로 혼동하지만 믿어지는 것이다. 모른 체 하든 모르는 것이든 받아들여지느냐 거부되어지느냐의 반향이다. 사랑이라는 대표적 실체불명을 원인, 대상, 심지어 방편으로 하는 구애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믿음은 내맡기는 것이다.
시간적 의미에선, 믿음은 미래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여[굳이 과학적 수사로 예상이라 해도] 그리는 내일의 일이며 현상이다. 고민과 단념과 확신은 내일을 막연히 바라는 믿음의 과정 내지는 방책일 뿐이다. 오늘의 석양을 거쳐야 내일이 온다는 오늘의 확신은 내일 저녁 역시 하늘을 막연하게 물들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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