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존엄함 죽음 계몽

해피...엔딩

‘해피 엔딩’은 중앙일보 논설고문을 맡았던 저자(최철주)가 언론인의 눈으로 말기 환자의 존엄한 죽음에 대한 시각을 정리한 책이다. 서두에 밝히는 딸의 암투병과, 그 딸이 세상을 떠난 날에 대한 회상은 책을 읽는 내내 먹먹한 가슴으로 활자를 대하게 한다.

호스피스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해 강사가 된 저자는 ‘웰빙의 마감’이 되는 ‘웰다잉’의 모델을 찾기 위해 서양(미국)과 동양(일본)의 예를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며 소개한다.

차분한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 쓴 글이지만 실상은 죽음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 해온 우리 문화에 대한 집요한 고발이고, 말기 환자에게는 무리한 치료보다도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임종 준비가 중요하다는 계몽의 외침이다.

말기 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고통 받다가 세상을 떠나고, 유족들은 경제적·심리적으로 어려움에 겪게 되는 것을 보며, 저자는 ‘잘 죽는 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저자는 말기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완화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하고 존엄사가 우리 사회에 정착돼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의 마지막 날들을 정리하는 환자에게 초점을 맞췄고, 임종을 존엄하게 준비하는 가족들과 의료진들의 진지한 목소리를 무겁지 않게 풀어나간다.
세계최초 ‘존엄사법’의 근간을 마련한 미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며,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존엄사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한 토론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존엄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일본 정부와 의사들의 노력을 조명했다. 특히 일본 존엄사협회의 ‘존엄사 선언서’가 매스컴을 통해 일반인에게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자세히 다룬다.

이를 통해 저자는 죽음을 대하는 사회적 시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이들 나라에 비해 죽음의 공론화가 덜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의료계에 대해서는 말기 환자들이 ‘잘’ 죽을 수 있도록 존엄사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소신 있게 밝혀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언론계에는 ‘죽음의 질’을 적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이 편안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론의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요구한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라는 부제를 따라 시작한 이 책과의 여정이 끝날 때 쯤 되면 우리는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잘 죽을 수 있도록
존엄사에 대한 의료계의
소신 있는 의학적
견해 밝혀 줄 것 권면

문지호
명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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